미국이 26일 북한 용천역 열차 충돌 사고 피해자를 위해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 지원 방침을 발표,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구호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대북 지원 계획이 정치적 목적과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땅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한 인도주의적 응답일 뿐이라는 것이다.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백악관 발표에 앞서 "이번 사건은 인도주의적 비극으로 어린이들이 다쳤고 가옥이 파손됐다"며 '항상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는 나라'미국의 선의를 부각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의 목적은 북한 주민들을 돕는 것"이라고 말해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이 10만 달러의 재정적 지원 통로로 적십자사를 택한 것은 인도주의적 긴급 구조의 뜻을 강조하려는 제스처에 부합하고 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이 원조 물품의 분배를 감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주민들에게 전달될지 확인하는 일은 국제 조직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해 말 4만여 명이 숨진 이란 지진 때와는 달리 현금 지원을 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당시 인도적 차원에서 26만 달러에 상당하는 6만7,500톤의 구호품과 함께 200여명으로 구성된 구조팀과 의료팀을 파견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10만 달러 지원에 대해 '소박한'(modest)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큰 액수는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이다. 현재까지 중국이 1000만 위안(약 15억원)어치의 구호물품을 제공했고 EU는 23만 달러, 호주는 18만3,000 달러, 뉴질랜드는 32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미국의 지원과 북한 핵 문제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지나치지 않았다.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를 앞두고 대북 지원이 이뤄진다는 시기상의 우연은 정치적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논조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지진 외교'가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데 기여했듯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이 6자회담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월 장관은 이날 "우리는 6자회담이 다시 진행된다고 기대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도 "북한인들은 이번 인도주의적 지원과 6자회담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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