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본격 부각된 이후 이전비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용이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만큼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집행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데는 필자 역시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이전비용 부담 자체가 부당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군축팀장이 8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 '미, 용산기지 이전비 내야' 역시 같은 맥락이다.우선 그는 미국이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이전비용 부담을 우리 측에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미 간 새로운 합의서는 이전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기는 하되 모든 국민이 양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부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 하에 작성됐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는 또 백만 평이 넘는 대체부지의 부당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우리에게 반환되는 용산기지 부지가 그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전비용이 20억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기지 이전은 부지, 인력, 장비, 건설공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단계에서 구체적 비용을 산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이를 억지로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용산기지 이전이 미국의 세계전략상 필요에 의한 것인데도 그 비용이 우리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이는 용산기지 이전을 전체적인 주한미군 재배치와 동일시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명 미국은 자체 필요에 따라 해외주둔군의 전력과 위치를 조정하고 있으며 2사단 재배치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령부 및 지원부대 중심인 용산기지의 경우에는 우리 측 요청에 의해 1990년에 이미 이전을 합의했고 비용을 우리가 부담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유 팀장은 우리의 한 해 군사비가 북한의 10배(북한의 '은폐된 군사비'를 감안할 경우 우리 군사비는 북한의 2배 정도도 되지 않는다)나 되는 등 한반도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부응하고 한반도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조정·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는 필자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동맹은 상호 공통이익과 위협인식,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가 우리에게는 악이며 기지 이전 과정에서 철저히 기만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