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대무용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안무가 사샤 발츠(41)가 자신의 작품 '육체'를 갖고 서울에 왔다. 29일∼5월 2일 LG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27일 기자들을 만난 그녀는 소녀 같은 표정에 작은 몸집이 여리고 앳되어 보였지만, 야무진 입매와 쏘아보는 듯 반짝이는 눈빛에서 고집과 열정이 느껴졌다. 그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 1997년 서울국제연극제가 그녀의 작품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를 선보였지만 그때는 무용수들만 왔다.사샤 발츠의 '육체'는 몸 그 자체의 물성을 적나라하게 해부한 도발적인 작품. 그녀는 "유대인 학살의 어두운 과거로 기억되는 독일과 유대인 사이의 역사, 공간과 신체의 관계, 인간 육체의 한계, 피부에서 장기에 이르는 육체의 시스템을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신체는 내 평생의 주제" 라면서 "예전에는 인간 관계와 가족, 사회에 관심이 많았으나 몇 년 전 아들을 낳고 아이가 크는 것을 보면서 몸 그 자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를 잇는 안무가로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피나 바우쉬를 존경하지만, 내 작품은 그의 것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피나 바우쉬가 독일 표현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 "스티브 팩스턴에서 자유로운 표현의 정신을 배웠고, 트리샤 브라운은 나의 우상"이라고 밝혔다.
"제가 추구하는 바는 제가 갖고 있는 의문들을 작품의 형태로 질문하는 겁니다. 먼저 무용수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을 만나죠. 언어가 아닌 신체와 에너지로 제 생각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영혼과 소통하는 것, 그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녀는 "한국 현대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이번 기회에 한국무용을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