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이재민들과 부상자들의 비참한 상황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용천 주민들은 여전히 힘겹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용천과 신의주를 둘러보고 북중 접경도시 단둥(丹東)으로 돌아온 소식통들은 27일 "현지는 죽음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며 "부상자 중에 사망자가 늘고 있으며 열악한 의료시설로 인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한 한약방에 들렀더니 거기에도 여러 명의 부상자들이 수용돼 있었고 어린 환자들은 눈에 붕대를 감은 채 울고 있었다"면서 "쑥밭이 돼 버린 용천에 대한 체계적인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민 상당수는 피해를 입지 않은 친지가 없어 노숙하는 형편이나 담요가 없어 추위에 떨고 있다고 한다.
복구 구호작업이 더디다 보니 민심도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160여명으로 발표된 사망자 숫자에 대해 주민들은 "웃기는 얘기"라고 말한다고 한다.
사망자가 2,000여 명을 웃돌 것이라는 소문이 잦아들지않고 있고, "일부 세력이 김정일 위원장을 암살하려다 죄없는 주민들만 죽었다"는 원망의 소리도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제기구들이 열악한 수도시설 등으로 인해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의료품, 식료품, 담요의 추가 지원을 거듭 호소한 데서 확인된다.
폭발사고 직후 질산암모늄에 노출된 수 천여 명의 주민들이 엄청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이길 소렌슨 평양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는 "현재 시급한 과제는 유독성 가스에 노출된 수 천 명이 앞으로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질산암모늄에 노출되면 단기적으로는 피부와 목 폐 등에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산소공급 능력이 떨어져 결국 호흡장애와 혼수 상태를 유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육상을 통한 긴급지원을 거부한 데 대해 외신들은 북측이 지나치게 체제 안보를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단둥으로는 용천 주민 지원을 위한 구호물품이 쇄도했다. 주중 한국인회 14곳과 한국상공인회 24곳이 1차로 10만 위안(1,500만원)을 모금, 29일 전하기로 했다. 대북컨설팅회사인 포원비즈, 대북지원단체 월드비전, 톈진(天津)교회 등도 물과 과일 모포 등을 마련해 단둥을 찾았다.
/단둥=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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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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