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은 27일 오후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용천역 폭발참사와 관련한 긴급 구호회담을 열고 용천의 복구 및 재건과정에 필요한 자재와 중장비 지원에 사실상 합의했다.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피해복구용 자재장비를 시급히 지원해 달라"며 불도저, 시멘트, 철판 지붕재, 디젤유, 염화비닐(PVC) 등 구체적인 품목을 제시했다. 북측은 또 파괴된 학교시설 복구를 위한 TV, 책걸상, 칠판 등 모두 10여개 품목의 지원을 요구했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정부 차원에서는 남측에 대해 피해자 구호보다 복구·재건 공사를 위한 지원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측은 이에 대해 "국내 재고물량, 수요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른 시일 내 우리측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남측은 또 복구용 건설자재뿐 아니라 기술인력을 지원하고, 의료진과 함께 병원선을 파견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남측은 신속한 구호를 위해 해상보다는 육상수송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긴급 의약품은 비행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으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은 "충분한 의료진이 이미 파견돼 있고 긴급의약품과 생활필수품도 기본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면서 "수송경로도 정해진 해상루트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회담 대표단의 보고를 받고 북측 요청에 호응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는 남측에서 홍재형(洪在亨)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을 대표로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 9명, 북측에서는 최성익 내각참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각각 참석했다.
이에 앞서 남북은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연락관 접촉을 갖고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내달 4일부터 7일까지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용천 구호 및 복구 지원을 위한 남북 고위당국자간 협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편 29일로 예정됐던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의 첫 구호물자 수송은 남포항 기상 악화로 수송선이 출항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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