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금융감독 당국도 삼성에버랜드가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때문에 삼성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의향이 없다면 자회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서라도 지주회사 요건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위 "6월까지 처리방안"요구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된다는 판단 아래 6월 말까지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금융지주회사법이 규정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나 인가를 받지 않았다"며 "6월말까지 에버랜드의 이행상황을 지켜 본 뒤 추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도 에버랜드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했다며 이달 말까지 처리방안을 내도록 요구했다.
금감위에 따르면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는'상태를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86만주(지분율 19.3%)의 평가액이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주가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말 현재 1조7,377억원으로 자산총액인 3조1,749억원의 54.7%에 달하기 때문에 지주회사에 해당된다는 것. 다만 금감위 관계자는 "인가를 안받은 것 자체를 처벌하긴 힘들다"며 "현재로선 삼성측의 합리적 처리방안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 다각도 해법모색
삼성은 금감위가 시한으로 제시한 6월말까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금감위 결정이 내려진 만큼 다양한 해결책을 심도 있게 검토해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일단 에버랜드의 자산을 늘리는 방안과 삼성생명의 지분을 줄이는 방안 등 두 가지 카드를 집중 검토하고 있는 상태.
자산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또는 자산 재평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삼성생명 지분을 줄이는 방안으로는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비상장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삼성의 고민. 우선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을 통해 자산을 늘릴 경우 불필요한 부채를 늘리는 것이라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다. 또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비상장 주식인 삼성생명의 적정가 판단여부를 놓고 시비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두 방안 모두 삼성생명의 주식가치나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오를 때마다 똑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도 있어 미봉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아예 삼성전자 주식을 갖지 않는 방법도 있겠으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며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법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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