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3세대 이동통신(WCDMA)의 문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시장 이행기가 도래한 가운데, 이통 3사간의 텃밭 싸움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예선전을 통과해야 본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법. 월드컵 예선 마지막 라운드의 국가대표팀 마냥 비장한 자세로 임한 각 사의 'V전략'을 축구 전술에 빗대 살펴보자.■KTF
KTF는 방어보다 공격에 주안점을 둔 '3-4-3'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나 시장 프리미엄 어느 쪽도 쉽게 기대하지 못하는 2위 사업자의 입장에서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병법을 실천하는 셈이다.
KTF 공격 라인의 선봉에는 최신형 단말기가 포진했으며, 좌우 공격진으로 유·무선 통합 인터넷 콘텐츠와 KT와의 공동 마케팅이 자리잡았다. 연초 삼성전자와의 전략적인 연계 속에 속속 출시된 신형 단말기의 선전이 돋보인다. 일명 '벤츠폰'으로 불리는 'E3200'이 도시적 세련미를 무기로 각광을 받았고, 자유로운 폴더 회전 기능의 MP3 메가픽셀 카메라폰 'V4200'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이와 함께 포털 시장 최강자인 NHN과 제휴를 맺고 블로그와 포털,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KT와의 연계 마케팅도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선인터넷에 휴대전화를 결합한 '네스팟 스윙'이 PDA 보조금에 힘입어 바람을 일으킬 기세이다. 또한 실내에서는 무선전화, 실외에서는 휴대폰으로 쓸 수 있는 '디유'(DU) 서비스가 다크호스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드필더에는 SK텔레콤의 중원 압박을 견뎌낼 서비스들이 자리잡았다. 문자 및 멀티미디어 메시지와 음성 통화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비기(Bigi) 정액 요금제와 커플요금제가 10∼20대 '엄지족'을 중점 공략한다. 국민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 등과 연계해 제공 중인 K뱅크 서비스와 K커머스 등 SK텔레콤의 유비쿼터스 전략에 대응하는 모바일 서비스는 20∼30대 고객들의 마음을 공략한다. 퀄컴의 브루를 채택해 타사보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모바일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KTF 수비에는 WCDMA가 굳건히 버텨주고 있다. 위성DMB에 대항할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도 KTF의 든든한 '스위퍼'다. 특히 올초 전진 배치됐던 '굿타임 마케팅'이 하반기에는 LG텔레콤의 번호이동성 공세를 후위에서 막아줄 계획이다.
■SK텔레콤
SK텔레콤의 전략은 공격과 수비의 조화 속에 전방위 압박을 펼치는 '4-4-2' 전술이다.
전체 이통 시장의 50%가 넘는 1,500만 가입자의 아성을 지키면서, 1위 사업자라는 전략적 강점을 이용한 신규 마케팅과 미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후속타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 공격의 선봉에는 010·TTL 등 브랜드 마케팅과 강력한 부가 서비스가 나서 좌·우를 동시 공략한다. 이미 TV와 신문 광고를 통해 '010=SK텔레콤'이라는 인식을 심고 있는 010 마케팅은 기존 011 번호가 누렸던 번호 마케팅 프리미엄을 그대로 물려받기 위한 시도다. SK텔레콤은 타사 보다 한발 앞서 010을 자사 상표로 등록해 활용 중이다.
경쟁사에 비해 고급 단말기 보유 고객이 많은 SK텔레콤은 신규 서비스 개발 및 제공에서 타사의 기선을 제압한다. 올들어 10여개 이상이 출시된 SK텔레콤 신규 부가서비스의 화두는 '유비쿼터스'. 언제 어디서나 가입자의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모네타 휴대폰 결제, M뱅킹 등 금융 서비스와 더불어 휴대폰으로 집안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폰CCTV와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나왔다. 이밖에 무선 포탈 네이트(싸이월드)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해 젊은 모바일 족들을 유혹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사실상의 '골잡이'로 기대되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전진배치 됐다. 올 하반기에 실시 예정인 위성DMB는 휴대폰 화면으로 디지털TV 방송을 보여주는 서비스. KTF와 LG텔레콤이 바짝 긴장하고 있을 만큼 올해 이통시장의 변수가 될 '킬러 서비스'다. 한편 SK텔레콤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전 직원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을 창단하는 등 회사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더불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휴대인터넷과 WCDMA 분야에서 CDMA 이후를 노리는 타사의 선제 공격을 차단하는 철벽수비전략도 펼칠 계획이다.
■LG텔레콤
올해 '이통대전'을 계기로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LG텔레콤은 중원을 빽빽하게 밀집 방어하면서 상대편의 측면 돌파와 역습을 노리는 '3-5-2' 스타일의 윙플레이 전술로 나선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통업계 최초로 시도해 짭짤한 성과를 거둔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새 스트라이커로 중용된 것이 MP3폰. 국내 최초 출시를 시작으로 벌써 7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LG텔레콤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특히 MP3폰은 SK텔레콤이 심혈을 기울였던 뮤직폰(MOD) 서비스를 좌초시키며 이통시장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줄곧 LG텔레콤의 포워드를 맡아온 '국내 최저 요금제'는 이번에도 꾸준한 골잡이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공격과 수비를 겸한 윙플레이어로 캔유(Can-U)폰과 각종 정액요금제, 번호이동성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카시오와 제휴를 통해 도입한 캔유폰은 세련된 디자인과 디카급의 선명한 카메라 성능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입자 유지에 큰 힘이 됐다. 또 가족 전체가 가입하면 연간 2달 요금을 면제해 주는 가족 요금제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내내 계속되는 번호이동성 제도는 LG텔레콤의 특권이다.
고객 이탈을 막고 차세대 사업을 준비할 수비수가 부실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공격진과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토털 사커'로 맞선다. 업계 최초로 휴대폰 고장시 직접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엔젤 서비스'로 고객 충성도를 제고하고, SK텔레콤과 KTF의 WCDMA 서비스에 맞설 'CDMA2000 1x EV-DV' 서비스를 배치하는 한편 데이콤·파워콤 등 LG통신계열사와의 공동마케팅도 할 예정이다. 소위 '쓰리백'(3 back) 전략인 셈이다. 올해 내로 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휴대인터넷 사업을 새로운 출발선으로 삼아 후발사업자의 딱지를 떼버리겠다는 것이 LG텔레콤의 밑그림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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