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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구두에도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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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구두에도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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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00명 가까이 근무하는 대형건물 지하 1층 한구석에서 구두를 닦는 사람이다. 어쩌다 한번씩 그 곁을 지나칠 때 보아도 늘 쉰 켤레쯤의 구두가 쌓여 있다. 잘 모르긴 해도 그는 옆 건물의 것까지 포함해 하루에도 족히 몇백 켤레의 구두를 닦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많은 구두에 대해 한번도 헷갈린 적이 없었다.그도 처음엔 이 사람 구두를 저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저 사람 구두를 이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때로는 주인들조차 그렇게 바꿔 신은 채 집에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년 넘게 구두만 닦아온 지금은 이 건물 안에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구두만 보고도 그가 누구라는 것을 알 정도라고 했다.

그때 그가 했던 말 중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내게는 구두가 그 사람 명함보다 자세한 내용을 갖고 있어요. 크기와 모양을 보면 키와 몸무게를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뒤축을 보면 그 사람이 걷는 모습이 보이지요. 사람 얼굴에도 표정이 있지만 구두에도 표정이 있어서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떨 거라는 것도 보이지요."

그가 바로 그 방면의 전문가인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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