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다. 20년 넘게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나는 가급적 매를 들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얼마 전 학급 학생들이 제출한 시험 문제를 채점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의 시험지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편지에는 "선생님은 아버지 같아요"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시험지를 채점하고 나서는 반드시 의견을 붙였다.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틀린 문제를 다시 점검해서 이해하고 넘어가라." 이렇게 하다 보니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싹트는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다정한 교사는 아니었다. 27세에 교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딴청을 하면 매를 들었다. 지금 표현으로 하자면 어느 정도 '폭력 교사'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매에 얽힌 사연이 있다. 15년 전. 한 학생이 자율학습을 하다 말고 다가와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하고 쭈뼛거렸다. "무슨 얘긴데?" "나가서 말씀드릴께요" 나는 학생을 따라 나갔다. 사방은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런데 학생 손에 나무 막대가 들려 있었다. 나는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이 막대기를 들고 이런 캄캄한 곳으로 불러?
학생은 "선생님"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은 채 "왜?"하고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저 종아리 좀 때려 주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학생이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공부가 안됩니다. 선생님한테 사랑의 매를 맞으면 정신이 집중될 것 같습니다." 녀석의 끈질긴 요구에 나는 매를 들었다. 아주 가볍게 종아리를 나무 막대로 '만져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에 '폭력 교사'였지만 학생들이 잘못을 깨닫게 하고 나서 회초리를 드는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감정적인 체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호천·충남 당진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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