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관명 기자의 고!/한국영화의 우스운 법칙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관명 기자의 고!/한국영화의 우스운 법칙들

입력
2004.04.27 00:00
0 0

대부분의 관객이 공감할 영화의 몇 가지 법칙.전쟁영화에서 애인이 있는 병사는 반드시 죽는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영신(이은주)의 애인 진태(장동건)는 죽었고, 애인 없는 진석(원빈)은 살았다. 어리버리한 적군이라도 애인 있는 아군은 기막히게 찾아낸다. 전장에서 애인사진을 만지작거리는 병사는 어쨌든 죽을 운명이다.

신체 부위 어느 곳을 찔러도 피는 언제나 입에서 나온다(폐병 환자만 골라 찌른 걸까). 아무리 긴 문장을 타이핑해도 주인공은 스페이스바를 절대 누르지 않는다(시인 이상의 환생이다). 추격 장면에서 사과 리어카는 반드시 뒤집어진다(제작비가 좀 넉넉할 때는 비싼 쇼윈도 유리창이나 스포츠카까지 박살 난다)….

이런 몇가지 법칙은 대개의 상업영화가 흥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즉, 태초에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다른 영화들이 그 영화의 성공이유를 그대로 답습하고, 그래서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이 공통의 몇 가지 속성을 띠게 된 것이다. 이른바 '장르 영화'와 '흥행공식'의 탄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몇가지 법칙'이라는 게 말도 아니게 우습다는 것이다. 우리 삶과는 너무 동떨어져 실소가 터질 지경이다. 만약 애인 있는 병사만 죽는다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여성은 과부가 되기 싫어서라도 모두 고무신을 갈아 신어야 한다. 1년에 딱 한번 음주운전한 사람을 잘도 찾아내는 것은 다름아닌 경찰이다. 또한 모든 시한폭탄이 1초를 남겨두고 멈추기만 했더라면 이 세상 테러의 절반은 실패했을 터.

이런 점에서 최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위태롭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어도 영화에 등장하는 사기꾼들이 너무 멋있다. 관객도 다 아는 범인을 IQ 낮은 경찰만 모를 때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뿐이 아니다. 폼 나는 조폭, 따라 해보고 싶은 제비족, 허둥대는 경찰 등 한국영화에는 '몇 가지 위대한 법칙'이 너무도 득실댄다. 재미라는 것이야말로 영화의 중요한 매력이지만, 극장 밖의 진짜 현실이 영화 같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조폭과 사기꾼과 제비족은 분명한 사회악이고, 경찰은 언제나 그들보다 똑똑해야 한다.

/김관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