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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용천과 룡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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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용천과 룡천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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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용천(龍川) 역의 폭발 참사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의 '용천' 표기는 현재 두 가지다. 북한에서 '룡천'으로 쓰는 지명을 남한 신문들은 대부분 '용천'이라 표기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은 '룡천'으로 쓴다.문화부 국어심의회 한글분과위원회는 1992년 10월에 지명, 인명, 상호 등 북한의 고유명사에 대해서도 두음법칙을 적용해 남한식으로 표기하도록 결정했다. 신문은 이 표기법을 따른 것이고, 방송 등은 고유명사라는 성격을 감안해 북한식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지명이니까 우리 식으로 고쳐 쓰자는 국어심의회의 결정이나, 고유명사는 현지 발음을 존중한다는 큰 원칙을 따른 방송 표기 둘 다 나무랄 건 없다.

분단 50년이 지나면서 남북 언어의 이질화가 심해져, 교과서도 상당 부분 '번역'해야 이해할 형편이니 북한 고유명사를 두음법칙을 적용해 표기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연일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 톱 기사에서 '용천' '룡천'이 엇갈리는 게 마음에 걸린다.

'용이 개천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지은 마을·하천 이름이 우리 땅에 적지 않아 그런지 '용천'은 더없이 친근하게 들리는 지명이다. 사상가 함석헌 선생, 의술로 평생을 봉사한 장기려 박사가 이곳에서 났다.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본명 장지학)의 고향도 용천이다. 정묘호란 때는 의병활동이 일어났던 의기 넘치는 고장이다. 용천에서 나고 자란 실향민들이 사고 소식을 듣고도 고향에 달려가지 못하고, 남한 기자들이 참사 현장이 아니라 중국 땅 단둥(丹東)에서 취재에 열 올릴 수밖에 없는 것만 착잡한 건 아니다. 몸으로 재난 복구를 돕지 못하고 '용천' '룡천'을 다르게 써야 하는 것 모두 분단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범수 문화부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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