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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전자 오락이 밥 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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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전자 오락이 밥 먹여준다

입력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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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 기업이 후원하는 프로게임단 창단식이 열렸단다. 그 기업체로서는 야구, 축구, 농구에 이어 네 번째 프로구단의 창단이었다. 프로게임이 대체 뭐냐고 묻는 분도 계실 것이다.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인가? 맞다. 스포츠다. 정확히 말하자면 e스포츠다.'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도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모 게임대회의 결승전이 잠실야구장에서 열려 2만 관객이 몰렸다는데, 이쯤되면 스포츠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젊은 층에게 홍보효과가 커 대기업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미 몇몇 기업은 프로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다.

'갤러그'라는 게임이 대 히트를 쳤던 내 어린 시절만 해도(불과 20여 년 전에 불과하지만), 전자오락실은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었다. 전자오락실 주인들의 기피 대상이었던 게임의 고수들은 소위 '노는 아이들'이기 십상이었다. 자녀들이 전자오락실에 들락거리는 게 못마땅했던 어른들은 이렇게 소리치곤 했다. 전자오락이 밥 먹여 주냐?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이를테면 '노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정도라면 놀이와 생산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현실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건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준다. 그 옛날 전자오락실 주인의 눈총을 한 몸에 받으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전설적인 '노는 아이들'은 너무 일찍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경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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