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주위 어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따지고 보면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책 밖에 볼게 없던 시절이었다.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집 아이에게 잘 보여야만 했다.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컬러TV가 처음 등장했다. 자주 보던 연예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흑백에서 총천연색으로 변해버린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이상했다. 80년대 초반 고교생이 되고 나서야 VCR이 보급돼, TV방송을 녹화하고 영화 비디오를 빌려보는 충격적인 문화혁명도 겪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미디어가 등장해 흔히 요즘을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일컫는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대부분의 만화영화를 DVD로 본다. 필자의 아이들의 경우 DVD를 틀어주려면 "우리말로 볼래요"라고 말한다. 어린이를 위한 DVD에는 우리말, 영어, 일본어 등을 골라 들을 수 있는 멀티 더빙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비디오나 TV에 비해 더 뛰어난 화질과 음향으로 영상물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어른이 되면 필자 세대와는 어떻게 달라질까. 최소한 영상과 소리에 대한 감각이 더욱 발달돼 있을 것이다. 마치 인터넷 발달과 함께 자라난 네티즌처럼 DVD가 늘 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자란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다음 주면 어린이날이다. 아이들 선물로 좋아할 만한 DVD를 골라보자.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영상과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는 콜럼비아의 실사영화 '피터팬' DVD가 눈길을 끈다. 386세대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우주소년 아톰' '톰과 제리' 시리즈도 최근 DVD로 발매됐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은 정감 넘치며 친근한 캐릭터로 아이들이 늘 좋아하는 DVD다. 물론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벅스 라이프' 등 픽사스튜디오가 빚어낸 3D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도 스테디셀러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1편을 코믹하게 패러디하면서 다채로운 게임을 함께 수록한 디즈니의 '라이온킹 3'도 흥미롭다.
입체안경을 쓰고 감상하는 '스파이키드 3D'나 100년 전 탄생한 아기토끼 '피터 래빗' 동화시리즈도 어린이날 선물로 제격이다. 어른들이 과거에 좋은 책을 접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DVD세대로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좋은 DVD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도와주자.
킴 앳/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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