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란(大亂) 위기에 휩싸인 중소기업 구출 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60조원의 중기 대출 중 상당수가 부실로 전락할 경우 '중기 무더기 도산 →은행 부실 →금융시장 붕괴→ 중기 부실 가속화'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대책1. 중기 배드뱅크 설립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여러 은행에 빚을 진 다중 채무 중소기업의 부실이 늘어나자 '개인 배드뱅크'를 본 딴 '중기 배드뱅크' 설립이 공론화하고 있다. 여러 은행에 빚을 진 중기가 부실화할 경우 부실 채권을 한 곳에 집중해 처리하자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지원을 결정했는데 다른 은행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 혼선만 빚어질 수 있다"며 "해당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채권 회수는 물론 정상화 지원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별로 확보한 담보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배드뱅크 설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높다. 차라리 이들 기업에 대해 공동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실시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책2. 중기 투자 사모펀드 설립
우리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투자전문 사모투자펀드(PEF)를 5월중 출범시키기로 했다. 사모투자펀드는 특정 소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전문적으로 기업 주식 등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우리은행은 1,000억원 전액을 은행 자체자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박종선 기업금융단장은 "근본적인 중소기업 정상화를 위해 자금 지원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라며 "결과에 따라 은행의 수익 구조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로선 자금 수혈을 받을 수 있고, 은행으로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지주 내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도 6만여개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모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3. 개별 워크아웃 진행
'프리 워크아웃'(우리) '내부 워크아웃'(국민) '체인지 업'(기업) 등은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한 각 은행의 중기 채무재조정 프로그램. 우리은행이 1,200개 한계 중소기업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하는 '프리 워크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다른 은행들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잇따라 발표했다. '중기 배드뱅크'가 다중 채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단독 채무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하지만 만기 연장을 통해 '대란'을 1∼2년 연장하는 것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김상환 연구위원은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기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다고 사정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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