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폭발 사고로 중상을 입어 인근 신의주시로 후송된 환자 370여 명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다.중화상 등을 입은 이들은 진통제가 없어 하루 종일 비명과 신음속에 고통과 싸우고 있다. 또 환자용 침대가 부족해 상당수는 캐비닛을 옆으로 뉘어 임시 침대로 사용하고 있고 병실마저 부족해 복도 바닥에 누워 있는 환자도 있다.
특히 어린이 환자들은 얼굴이 검게 탈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으나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신의주 병원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중상자의 60% 가량이 어린이들이라고 전하면서 이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신의주의 중상자
신의주 도립, 시립, 방직 병원 등에 분산 수용된 중상자들을 처음 찾은 WFP 아시아지역 책임자 토니 밴버리는 "병원 문을 들어서자 캐비닛을 뉘인 임시 침상에 전신이 상처투성이인 어린이 두 명이 신음하고 있었다"는 말로 이들의 처참한 상황을 설명했다.
중상자 대부분은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눈이 크게 다쳐 실명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은 폭발 후 강력한 불빛을 본 뒤 시력을 잃었거나, 폭발 직후 발생한 강력한 열 폭풍에 노출되면서 화상을 입었다. 특히 열 폭풍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돌멩이, 유리 파편 등이 이들의 얼굴과 전신을 찢어놓았다.
일부 환자들은 얼굴 피부가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현지 북한 의사들은 이들 환자 중 5명이 이미 실명했다고 전하면서 적절한 치료가 없을 경우 실명자는 더 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환자들 중 60%가 폭발 당시 오전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거나 운동장에서 놀던 용천 소학교 학생들이다. WFP 직원들에게 목격된 어린이 환자들은 얼굴이 검게 타 있었고, 시력을 잃어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상태에서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들에 대한 치료는 너무도 열악했다. 항생제가 없어 화상 환자들의 2차 감염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진통제 부족으로 병원은 환자들의 신음으로 가득 찼다. 화상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맥 주사제와 스테로이드 계통 약품도 떨어졌다.
붕대조차 없어 환자들은 비위생적으로 처리된 헝겊 등으로 화상 부위를 감고 있는 지경이다. 흰색 천이 없어 파란색 헝겊으로 눈을 감싼 어린이도 있었다.
국제기구 직원들은 "평안북도에서 가장 좋은 의료시설을 지닌 신의주의 의료시설이 이 지경"이라고 혀를 차면서 의료용품의 긴급지원을 호소했다.
밴버리는 "신의주 병원에서 현대적인 의료장비를 보지 못했다"며 "그나마 있는 장비들도 전원이 뽑혀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낙후된 의료 장비들이 고장 난 상태이거나 전기부족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민 상황
폐허로 변한 용천 읍내는 26일 내린 비로 날씨가 추워지자 이재민들의 고통이 더해갔다.
집이 무너진 주민들은 소달구지, 리어카, 자전거로 성한 가재도구를 싣고 읍 외곽의 친지 집으로 향했다. 지붕이 날아간 가구는 인근 농촌 못자리 비닐을 뜯어와 임시로 지붕과 벽을 만들어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일부 주민들은 길거리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의약품, 이불, 옷, 텐트, 간이 침대, 캔, 염장식품, 양초, 가스등, 손전등이 제일 필요한 생필품이라고 외신기자들에게 호소했다.
/단둥=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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