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잔칫집, 제주는 초상집.'부산과 제주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던 200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및 각료회의 개최도시가 26일" 부산으로 최종 결정되자 두 도시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부산은 침체된 지역경제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된 반면 제주는 정치적 논리로 유치도시가 결정됐다며 강력 반발했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현명한 결정"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부산시는 또 한일월드컵 예선조추첨,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APEC 정상회의 유치로 부산이 세계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며 범시민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오거돈 시장권한대행은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경우 부산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과 대응할 수 있는 국제적 해양 비즈니스 거점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APEC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준비단 및 자문단 구성에 나서는 한편 BEXCO(부산전시무역센터) 시설을 보완하고 동백섬에 제2정상회의장 신축 김해국제공항 확충 APEC테마공원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 착수할 방침이다.
반면 범도민차원에서 1년여간 유치활동을 벌였던 제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그동안 APEC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결집해 준 도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아쉽고 안타깝다"며 "이번 결정에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선정위는 선정기준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APEC정상회의 제주유치 범도민운동본부도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6·5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리가 고려된 결정"이라며 "객관적 조건에서 앞서는데도 불구하고 탈락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부산=김창배기자 cbkim@hk.co.kr 제주=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 APEC 이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12개국간 각료회의가 모태인 지역 경제포럼. 현재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중국, 대만, 홍콩, 파푸아뉴기니,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1993년 이후 매년 한차례씩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역내 최고위급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했다.
APEC은 2002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42%, 전 세계 교역량의 49.4%를 커버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정상회의와 함께 각료회의와 고위관리회의가 열려 경제와 통상 및 미래비전 등을 논의한다. 내년 부산의 13차 정상회의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0 브루나이 8차 정상회의에서 유치했다.
■ 준비 어떻게
내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200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및 각료회의 제1차 정상회의장은 BEXCO(부산전시무역센터)에, 제2차 정상회의장은 동백섬에 각각 마련된다.
부산시는 한일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가 열렸던 BEXCO 회의장을 제1차 정상회의장으로 사용키로 하고 통신·방송시설 등을 대폭 보완하는 공사를 9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또 195억원을 들여 해운대 동백섬내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 부지에 지상 3층(연면적 880평) 규모의 2차 정상회의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21개국 정상들이 묵을 숙소도 특별하게 마련된다. 시는 웨스턴조선, 파라다이스 등 8개 특급호텔에 확보돼 있는 '특별실' 11실외에 개·보수를 통해 여유분을 포함해 14실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8,000∼9,000명으로 예상되는 일반 참가자들의 숙박은 부산지역 64개 호텔(7,162실)과 BEXCO 인근의 아파트(3,750가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교통대책도 추진된다. 회의기간에는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김해공항∼인천공항 특별기가 운항된다. 시는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이 미흡한 김해공항의 VIP 의전실을 확장하는 등 시설보강에 나설 예정이다. 정상들은 회의기간 김해공항∼ 동서고가로∼ 광안대로∼ BEXCO와 공항∼ 남양산∼ BEXCO 2개 노선을 이동로로 활용하고, 일반참가자는 공항∼ 대저∼ BEXCO 등 4개 노선을 이용하게 된다.
시는 또 승용차 2부제를 시행해 정상들의 도심내 이동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BEXCO∼ 해운대 구간을 APEC 전용도로로 지정·운영키로 했다. 시는 또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3,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부산=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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