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견병 접종주사 놓아주세요!"동물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강아지 주인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수의사로서 접종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광견병 접종은 항상 불안하고 두렵다. 매년 봄철이 되면 정부에서 광견병 접종을 실시하는데(서울은 30일까지) 이 기간에 공급해 주는 백신을 맞은 강아지가 30분이나 1시간 뒤면 얼굴이 퉁퉁 붓거나 토하는 과민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해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요즘에 무슨 광견병이 돌아, 그건 못살던 시절에나 있는 것 아냐?'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광견병은 경기, 강원 지역 등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감염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광견병은 개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고양이 토끼 소 말 양 쥐 등 야생동물과 애완동물, 사람까지 모든 포유동물이 걸릴 수 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의 물린 상처를 통해 감염되어 3∼4주 잠복기를 거친 후 불안, 경련, 침 흘림, 마비 등의 신경증상을 보이다가 2∼3일 내에 거의 100% 사망하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작년에 유행한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사망률이 10∼20%를 넘지 않으니 광견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광견병은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거의 매년 보고될 정도로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만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까지 유입된다면 상당히 심각해진다.
현재 정부가 공급하고 있는 접종약은 생독백신으로 사독백신보다 문제가 많다. 피하주사로 접종할 수 있는 사독백신과 달리 생독백신은 근육주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심히 아파한다. 또한 호흡 곤란, 안면 부종, 구토, 설사 등 과민증이 많이 발생하고 사독백신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신경계 합병증이 자주 발생한다. 생독백신 접종 직후 심한 과민증으로 쇼크사 하는 경우도 있다.
접종주사를 맞은 강아지는 힘들어 하고, 그것을 본 주인은 과민증과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들었다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외국은 이미 오래 전에 생독백신을 사독백신으로 대체하였다.
집에서 사는 동물은 수백만에 이르고 있으며 이제는 애완 혹은 사육의 대상에서 가족 같은 존재라는 의미의 '반려'관계로 발전하였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약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정부가 공급하는 광견병 백신 수준은 별로 발전하지 않아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1,000달러 시대 수준의 약을 쓰고 있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좋은 광견병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양질의 백신으로 대체하거나 더 좋은 예방약 개발에 힘쓴다면 동물 복지와 공중 보건은 한 걸음 진전될 것이다.
김태환 서울 신림동 종합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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