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판타스틱 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꽃은 특별전이다.지난해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도 홍콩 무협영화의 산실인 쇼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었던 특별전이었다. 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판타스틱 영화의 새 흐름을 볼 수 있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등은 오히려 밀리는 분위기다.
7월15∼24일 부천 시민회관 대강당, 복사골문화센터, CGV부천8 등에서 열리는 제8회 행사(PiFan2004·위원장 김홍준)도 특별전에 큰 신경을 썼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탐험전, 미국 저예산독립영화의 산실 '트로마'전, '시체 애호가'라고 불리는 요르그 부트게라이트 특별전 등 영화 마니아를 흥분케 할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쇼 브라더스의 작품세계를 좀더 폭 넓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전문성이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 테코보에서 모모타로까지'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이웃집 토토로')나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만 떠올리는 팬들이라면 좀더 근원적인 지적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다.
1917년 아시아 최초의 애니메이션 단편 '문지기 이모카와 무쿠조'부터 1943년 일본 최초의 장편 '모모타로의 바다갈매기'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류를 찾아 떠난다. 상영작은 1928년작 '일본 제일의 모모타로'(야마모토 사나에)를 비롯해 '하늘의 모모타로'(무라타 야스지), '꽃과 나비'(오후지 노부로), '원숭이의 풍어'(무라타 야스지) 등.
특별전 제목에 붙은 '테코보(凸坊·짱구)'는 1910년대 일본에 들어온 외국 애니메이션의 일본어 제목에 자주 들어갔던 말. 당시 일본 신문에 연재되던 시사만화 '철부지와 짱구'의 인기에 영합하려 했던 것이다. '모모타로(桃太郞·복숭아 소년)'는 대표적인 일본 전래 동화 주인공의 이름이다.
'엽기공장 트로마의 독립지존 30년'전도 기대가 된다. 트로마 스튜디오는 74년 로이드 카우프먼과 마이클 허츠가 세워 30년 동안 미국 저예산독립영화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고급문화에 대한 조롱, 섹스와 잔혹 취향, 신랄함과 조악함이 트로마 영화의 특징. 그러면서도 올리버 스톤, 피터 잭슨, 새뮤얼 잭슨, 로버트 데 니로 등 할리우드 주류 감독과 배우를 배출한 것은 아이러니다. 상영작은 '톡식 어벤저' 'NYPF 가부키맨' '카니발! 뮤지컬' 등.
공포와 로맨스, 잔혹물을 잘 버무린 실험적 공포영화의 대가 요르그 부트게라이트(41) 감독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조악한 촬영과 편집에도 불구하고 공포영화 마니아의 열광적 지지를 받은 87년 데뷔작 '네크로맨틱'을 비롯한 장·단편 영화가 선보인다. '쇼 브라더스 회고전2 : 오색황혼에 바치는 송가'에서는 좀 더 다양한 쇼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세계를 살필 수 있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색채가 가미된 '유성호접검', B급 SF영화 스타일의 '성성왕' 등이 상영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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