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출자총액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최근 3년간 총 2조5,000여억원의 신규 투자를 포기했다며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제시,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간 출자규제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출자규제 논쟁은 "출자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 사례를 들어보라"는 공정위 요구에 재계가 "기업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맞서 양측의 주장이 계속 겉돌아 왔다.
신규투자 포기사례
전경련이 이날 공개한 '출자규제로 인한 투자저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A그룹은 구조조정을 위해 2개 사업부문을 분할할 예정이었으나, 물적분할에 대한 출자규제 예외인정이 지난해 3월로 만료돼 포기했다. 또 B사는 연구소를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투자를 확대하려 했으나 신산업 부문 예외인정 요건(신기술 이용한 매출이 50% 초과)을 충족하지 못해 철회했다.
또 C사는 2조원을 출자, 모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출자규제 적용이 제외되는 동종업종 인정을 받지 못해 입찰을 포기했다. 부산 모 항만 터미널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는 D사는 정부지분 25%를 인수하려 했으나, 출자한도(순자산의 25%)가 꽉 차 포기해야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산 5조원 미만인 그룹들의 자산규모가 정체 상태인 것은 출자규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한 13개 그룹 중 9개사는 연내 출자규제가 폐지되면 신규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반박
그러나 공정위의 입장은 다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규제 목적은 재벌그룹이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자본(실제 투자액이 아닌 계열사간 출자를 거치면서 생성된 자본)으로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 계열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현상을 막자는 것"이라며 "전경련 발표는 출자규제가 제대로 작동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동종업종으로 인정 받지 못한 C ,E사의 경우 공정위가 막고자 하는 '비 관련산업으로의 확장' 사례에 해당하며 터미널 지분인수를 포기한 D사의 경우 다른 우량 기업이 대신 인수한 만큼 투자저해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예외인정을 연장할 계획이며, 신산업 진출시 매출액 요건도 1∼2년 유예기간을 두고, 기준도 50%에서 30%로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자규제가 출자후의 생산적 투자 기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출자 이후에는 추가 투자가 이뤄지게 되며, 금융기법 발전으로 지분참여는 시설투자 못지 않게 중요한 투자행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유상증자 참여이후 실제 생산적 투자로 연결된 비율은 6∼7%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출자규제 논란은 기업의 주식취득 기회를 일부 제한해서라도 기업집단 시스템을 선진화할 것인지(공정위) 시설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출자 기회를 전면 보장할 것인지(재계) 정책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