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었지만 정신과와 정신과 환자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났을 때 범인이 정신질환자로 추정된다는 막연한 매스컴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 편견을 부추긴다. 인터넷에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해 무책임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그러면 실제로 정신과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을까? 정신질환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하여 많은 학자들이 연구했다. 그 결과 정신분열병, 우울증, 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범죄율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정신분열병은 망상, 환청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망상의 내용 중에서는 누가 자기를 해칠 것이라는 피해강박적인 내용이 가장 많고, 환청도 주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 환자는 홀로 두려움에 떨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등 위축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인에게 난폭하고 피해를 주기보다는 자신 스스로 괴로워하고 고립돼 있는 환자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샤인'이나 '뷰티풀 마인드'는 정신분열병 증상과 환자의 괴로움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영화에서 정신분열병을 앓는 주인공을 보면 난폭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우울증도 역시 다른 사람을 해치는 범죄와 큰 연관이 없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우울한 기분, 의욕 저하, 무기력, 수면 장애 등인데 이런 증상들로 인해 환자는 방안에서 혼자 힘들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나타낸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타인에 대한 범죄와 무관한 것이다.
정신과 질환 중에 범죄와 가장 관련이 많은 것은 위와 같은 주요 정신장애가 아니라, 약물 남용과 관련된 질환이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등의 질환은 사람의 정신활동을 급격히 변화시켜 난폭한 행동을 유발하고, 알코올이나 마약을 구하기 위한 범죄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사회와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약물 남용을 제외한 주요 정신장애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정신과 환자들을 위험하고 난폭한 부류로 간주, 피해야 할 대상으로 알고 있다. 이런 편견은 사회적 약자인 정신과 환자들을 더욱 약하게 만들 뿐 아니라 치료를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시도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편견을 극복하려면 정신과 의사와 환자, 언론, 일반인들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언론은 자신의 보도 태도가 이런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편견 극복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은 정신과 환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 편견이 아닌지 점검하고 정신과 장애와 환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원명/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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