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23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해치지 않겠다고 한 3년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한데 대해 팔레스타인측이 즉각 반발,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샤론 총리는 이스라엘 채널2 방송과의 회견에서 "지난 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우리의 약속에 대한 입장 변화를 알렸다"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그 발언을 모른다"면서 그를 살해해선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샤론의 약속파기 위협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잇따라 살해한데 이어 아라파트 등 팔레스타인 지도자에 대한 표적 살해를 계속하겠다는 전략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은 24일 "바람으로 산을 움직일 수 없다"며 살해 위협을 일축했다. 그는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 밖에 모인 3,000여명의 지지군중을 향해 이같이 말하면서 자신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측근들은 그가 이번 위협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순교가 나의 운명"이라고 말하는 등 죽음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랍권은 샤론 총리의 발언을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아라파트 수반을 공격할 경우 그 결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불장난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는 "위협이 현실화하면 중동의 안정이 완전 붕괴할 것"이라며 "미국에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샤론 총리는 23일 국내 한 방송에 출연, 적대국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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