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는 스타를 내세워 막대한 스케일에 고도의 촬영기법과 음향 효과를 결합, 전세계에서 관객을 끌어 모을수 있도록 무장된 영화를 총칭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모든 영화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이름에서 강한 상업주의 냄새가 풍겨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할리우드 영화에 대놓고 반감을 표시하는 TV 영화채널이 있다.'할리우드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Hollywood !)이라는 전투적 슬로건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 IFC(Independent Film Channel)이다. 이 채널은 세계영화의 주류인 할리우드 영화를 거부하고, 대신 미국과 세계 각국의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실험영화를 내보낸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험을 감행하는 감독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감독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실험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할리우드 감독들이라고 왜 실험정신, 도전정신이 없겠는가 마는, 이 채널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IFC에서는 알만한 감독의 알만한 영화를 시청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방영된다. 1994년 설립된 이 채널은 방송사 자체 판단으로 편집을 하거나, 중간광고를 넣는 일 따위도 절대 하지않는다.
IFC의 주 메뉴는 미국내 혹은 세계 각국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 물론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제는 관심 밖이다. 선댄스영화제, 베니스영화제처럼 유명영화제 작품들도 간혹 방영하지만, 대개는 '시카고 초단편영화제' '덴버 팬 아프리칸영화제' 등 낯선 영화제 출품작들이 소개된다.
IFC를 시청하다 보면 작은 영화제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있고, 기간에 따라 사무라이영화, 인권영화, 아프리카영화, 여성영화 등 주제별로 묶인 영화들이 관객들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IFC 시청자가 '마니아'로 불리는 소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현재 무려 2,600만 가정에서 보고 있고, 더 나가 독립영화프로덕션, 독립영화극장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발전하고 있다.
IFC는 스스로를 "전례 없는 최고의 독립영화 비즈니스 모델"이라 자랑한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IFC에서 멈추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요란한 사운드로 무장한 다른 채널들에 비해 여기서 소개되는 영화들은 대개 조용조용하다. IFC의 주장처럼, 최근 꽤 많은 관객들이 할리우드를 탈출해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유현재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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