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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브루 함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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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브루 함께 사용

입력
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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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국제적 표준으로 부각됐던 '위피'(WIPI)가 미국 정부와 협상과정에서 '표준 소프트웨어'가 아닌 '표준 규격' 수준으로 강등됐다. 이번 협상으로 국내 업체조차 위피를 기본 탑재해야 할 의무가 없어져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미국 퀄컴의 기술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 능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퀄컴은 25일 지난 주 미국 워싱턴에서 합의된 한·미 통신 전문가 회의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 시장에서 위피 외에 다른 무선인터넷 기반 소프트웨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합의내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위피 때문에 퇴출될 뻔한 자사 '브루'(Brew)가 회생의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당초 위피는 규격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한 단일 표준으로 개발돼 7월부터 SK텔레콤·LG텔레콤·KTF의 휴대폰 단말기에 모두 탑재될 예정이었다. 이 경우 KTF에서 쓰고 있는 퀄컴의 브루는 밀려나고, 휴대폰 1대당 3달러씩 지불해온 로열티도 절감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단일한 기술체계로 분류됐던 위피는 '규격'과 '엔진'(소프트웨어) 두 부분으로 구분되고 오직 '규격'에 대한 단일 표준(Unified spec)으로 인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위피의 위상이 한단계 추락한 것으로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퀄컴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위피가 소프트웨어 표준의 지위를 잃게 되면서 이통 3사는 위피 표준에 맞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퀄컴 역시 위피 표준에 맞춰 개량한 가칭 '브루2'를 출시해 한국 시장 지배력을 지킬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공존하면서 위피 규격을 맞춰야 하는 만큼 휴대폰 제조사와 무선 콘텐츠 업체의 위피 도입 계획은 내년 이후로 지체될 전망이며, 이전 비용도 곱절로 들게 된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4월 미국의 '지적재산권 우선협상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위피를 양보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건 총리도 최근 지재권 우선협상국 지정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술의 위상을 높이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위피로 단일화하지 못한 협상 결과가 무척 아쉽다"면서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실책도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합의로 위피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기술 정책으로 인정 받게 돼 표준화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위피 표준화는 민간 단체(이통사와 연구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해 온 것으로 정부가 관여할 바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위피 표준화에 개입하고 있다"는 미국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자가당착적 태도는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향후 대미 통상협상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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