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과 근대화의 물결이 중첩되던 1950∼70년대 한국 민중의 생활상을 재구성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7일 개막해 6월10일까지 열리는 '가까운 옛날―사진으로 기록한 민중생활'전에는 이형록(87), 쿠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68), 김기찬(66) 3명의 저명한 한국과 일본의 사진작가들이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민중의 일상을 담은 사진 100여 점이 나온다. 고고학적 또는 미술사적 유물을 통해 '먼 옛날'의 과거를 전해온 국립중앙박물관이, 반 세기도 지나지 않은 '가까운 옛날'에 주목한 전시기획 자체가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세 작가의 뷰파인더에 포착된 모습은 당시 언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정경들이다. 그 정경들은 우리의 지난 시절 자화상이지만 역사에서는 잊혀져가는 기억들이기도 하다. 이형록의 50년대 사진에는 개발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았던 농어촌은 물론 도시의 전통적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침묵의 시위'와 월남전 파병 사진 등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쿠와바라는 64, 65년 군사정권의 언론통제 하에서 한국 작가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면들을 담아냈다. 막 복개 공사가 시작됐던 청계천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던 서울 서민들의 모습도 그의 사진에 아련하게 남았다.
30여년간 서울역과 그 주변의 중림동, 만리동, 행촌동 등 서울 뒷골목 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또한 누구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기록해온 '골목안 풍경' 연작의 작가 김기찬은 자신의 초기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민중 생활사를 담은 사료로서의 사진 자체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데서 나아가 그 사진들이 담고있는 사연을 알려줄 주인공을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출품 사진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관람객을 찾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박현수(영남대 한국학부 교수) 단장은 "역사를 기록하는 매체로서 사진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들이지만 구체적 설명이 없다"며 "사진 한 장 한 장을 정확히 설명함으로써 민중생활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는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중생활과 사진기록' '20세기 민중생활사의 기록과 보존' '청계천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등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26, 27일 열린다. 문의 (02)398―5170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