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동네에 열린우리당 후보가 연설하고 있어 물어 보았다. "선거에서 이기고 여당이 1당이 될 경우 정치 불안이 가라앉을 것 같은데 앞으로 우주개발국을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좀 엉뚱한 질문이었다.국민총생산 12위 안에 드는 국가 중 유일하게 11위인 한국에만 우주개발국이 없다. 물론 한국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고, 전남 외나로도에 위성발사대를 건설 중인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말은 태양계탐사기나 우주망원경 같은 최첨단 설비로 연구하는 제대로 된 우주개발국이 없다는 뜻이다.
그 후보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정부가 우주개발국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답을 예상했는데 정말 뜻밖이었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캐나다(12위)와 남아프리카공화국(21위)도 우주개발국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이는 한국의 소심함을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 문제는 더욱 그렇다. 재한 외국인은 50만으로 추산되며 이중 매년 10만 명 정도가 교체된다. 이들은 1년 동안 한글과 기초인사만 배운 채 떠나버리는 실정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외국인들은 주말을 이용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한국어 교육을 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재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외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 제도를 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마 10년 안에 한국어 구사 인구가 100만 명은 족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식민지까지 됐던 역사적 경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1910년 일제강점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에서 4번째 경제강국이 되었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되고 있다.
이젠 '설마 한국 같은 작은 나라가 우주개발을 할 수 있겠는가''설마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 할까' 하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자신감을 갖고 자존심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의 새로운 과제라는 느낌이 든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번역가·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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