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2년 네덜란드에서는 손·발톱 무좀에 대한 진료와 약 처방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기간에 손·발톱 무좀으로 의사를 찾은 진료 건수는 1,000명당 8.2명에 달했는데 이는 1999년(1,000명당 5.9명)에 비해 39%나 늘어난 것이었다.약 처방도 당연히 늘어났다. 먹는 약인 A 처방 건수는 같은 기간 1만1,930건으로 연 평균 1,000명당 10.26건이었다. 1996∼1999년의 연 평균 처방 건수(6.5건)보다 58%나 급증한 것이었다.
2000년부터 갑작스레 손·발톱 무좀의 원인인 곰팡이균이 창궐할만한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실제로는 A라는 약을 제조하는 제약사가 2000년 5월∼2002년 6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A라는 약을 대놓고 광고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TV를 포함한 대중매체를 통해 손·발톱 무좀이 있는 사람은 의사를 찾으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효과는 직접적이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첫달부터 약 처방건수가 가장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제약사가 캠페인을 접은 2002년 6월 이후 손·발톱 무좀의 진료건수와 약 처방 건수는 모두 캠페인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흔히 건강 캠페인은 공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아직도 조기에 잘 관리하면 큰 문제가 없을 질병을, 몰라서 키우는 일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이면서 생활습관의 관리가 필요한 질병인 당뇨,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있는 비만 등은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네덜란드의 예처럼 제약사의 관심사와 국민보건의 문제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판매전략이 공중 보건의 공익성보다 훨씬 앞선다. 제약사들은 일부 환자들에게 완쾌를 안겨줄 약보다, 많은 이들이 평생 먹어야 할 약에 연구 개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죽지는 않아도 누구나 늙으면 문제가 되는 발기부전, 대머리 치료제가 그러한 예다.
"연구비만 많이 들고 시장이 작은 약은 도통 만들려 하지를 않는다"던 한 의사의 토로가 귓전을 맴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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