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시청률, 캐스팅 0순위, 특A급 MC, 회당 800만원에 달하는 출연료…. 개그맨 신동엽(33)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호화롭다.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씨는 방송칼럼을 쓰던 시절, 그에게 '반석 위의 스타'라는 성스러운(?) 칭호까지 지어 바쳤다. 그런 신동엽이 다시 돌아왔다. 큰 인기를 누리던 '해피투게더' '신동엽·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를 "시청자들이 권태를 느끼기도 전에 내가 먼저 지겨워졌다"며 그만둔 지 6개월 만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안주하는 대신 변화를 모색하고자 '위험한 도박'에 나선 신동엽은 SBS '일요일이 좋다'(오후 6시)의 '사랑의 위탁모' 코너를 맡고 있다.
5월 4일부터는 '브레인 서바이버'를 이끌며 최고의 MC로 평가 받고 있는 김용만과 함께 SBS 버라이어티쇼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화요일 밤 11시 5분)를 맡는다
"전여옥씨 하면 저돌적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저하고 관련된 글을 썼다는 소리를 듣고 '이 아줌마가 또 무슨 꿍꿍이지? 난 그렇게 욕을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하고 걱정했죠. 그런데 칭찬인 걸 알고 나니 그 분께 갖고 있던 부정적인 느낌이 순식간에 싹 사라지는 거에요." 그렇게 그는 억지스럽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은 특유의 '상쾌한' 유머로 말문을 뗐다.
'영악스러울 정도로 선을 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숱한 오락 프로에서 웃음 제조기로 사랑받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법이 없다.
"원래 말을 얄밉게 하는 편이 아니에요. 저희 큰형이 청각 장애인이라 아주 어릴 때부터 무심결에라도 상처가 될 말이나 행동은 안 했어요." 그래서일까? 그는 헐벗은 이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고('러브하우스'), 입시지옥에서 신음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아침 도시락을 배달하는('하자하자'),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에 안성맞춤이다. 가슴 아픈 사연이나 고쳐야 할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어느새 숨어있는 1㎜의 웃음을 찾아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능력 탓이다. 신동엽 자신도 "스튜디오 보다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땀 흘리며, 보통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훨씬 좋다"고 말한다.
요즘 진행하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사랑의 위탁모' 코너는 그런 계보를 잇는다. "전도연씨가 태어난 지 여섯달 된 현규란 아이를 돌봐줬고, 전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미국으로 현규 떠나 보낼 때 같이 참 많이 울었어요. 우리나라 입양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버려진 아이들이 외국으로 보내지는 가슴 아픈 일은 계속 되겠죠."
그렇다고 천사 이미지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니다.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에서는 아내에게 매 맞는 남자에서부터 변태까지 사정없이 망가졌고, '해피투게더'에서는 섹시스타 이효리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정 넘은 시간대에 성인 시청자를 상대로,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만나 흔히 할 수 있는, 그런 야한 이야기들 다룰 수 있는 시트콤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당초 그는 SBS 5월 개편부터 자신이 직접 제작한 시트콤 '으랏차차 신가네'(가제)를 내보낼 예정이었지만, 비리에 연루됐던 은경표 PD가 캐스팅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스스로를 '안달 바가지'라고 일컫는 신동엽은 방송 출연과 시트콤 제작 말고도 벌여놓은 일이 많다. 서울 대학로의 '라이브 소극장'을 인수했는가 하면, 외주제작사인 '누비스타'의 대주주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저한테 0순위는 방송이죠. 게스트 초청해서 이야기 나누는 토크쇼 형식 말고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려고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제작진과 용만이 형이랑 하루가 멀다고 회의를 했어요."
뿐만 아니라 회의가 끝나고 이어지는 뒤풀이 장소에서도 머리를 맞댔다. "SBS 목동 신사옥 근처에 좋은 호프집을 발견하고, 다음에도 여기서 해야 겠다며 제가 연락처를 적으니까 '별 것 다 신경 쓴다'며 주위 사람들이 웃대요. 근데 진짜 저는 담당 PD부터 새끼 작가까지 제작진이 모두 모여 술 한잔 하며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렇게 극성을 떨어서 나온 아이템이 바로 게스트들과 노래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평가를 받는 '대결 콘서트 노래 만들기'와 특수 의상을 입고 오목을 두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콤비 대결 어깨동무' 코너다.
그는 "좀 잘 나간다 싶으면 단물 쓴물 쪽쪽 모두 빨아먹고 나서야 없어지는 오락 프로가 많은데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는 그럴 때까지는 안한다"고 했다. 신동엽의 자신감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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