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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92>13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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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92>13대 총선

입력
200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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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월26일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다. 제6공화국의 첫번째 총선이었던 이 선거에서는 총 299석 가운데 대통령 노태우가 이끄는 집권 민주정의당(민정당)이 125석을 차지했고, 김대중의 평화민주당(평민당)이 70석, 김영삼의 통일민주당(민주당)이 59석,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공화당)이 35석을 차지했다. 또 온건 진보정당인 한겨레민주당(한겨레당)이 1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9석은 무소속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민정당이 비록 제1당 자리는 유지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제2공화국 이래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등장했다.13대 총선은 개정된 국회의원 선거법에 따라 그 이전까지의 중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로 치러졌다. 소선거구제는 개별 지역구의 민의를 비교적 충실히 반영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전해 대통령 선거에서 또렷이 드러난 정치적 지역주의를 총선에까지 고스란히 이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평민당이 호남을 석권하고 민주당, 공화당이 부산·경남, 충청에서 각각 압승함으로써 이 야당들을 이끌던 세 김씨에게는 국가 지도자라기보다 지역 맹주라는 이미지가 들러붙었다. 그것은 확실한 지지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으로 축소된 여권의 우두머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선에서 가장 큰 좌절감을 맛본 사람은 김영삼이었을 것이다. 4개월 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2위로 낙선한 그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평민당에도 크게 뒤진 탓에 제3당 지도자로 추락해야 했다. 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활성화했던 제13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은 1990년 1월22일 자신들이 이끌던 세 당을 합치기로 합의한 뒤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킴으로써 인위적으로 정계를 개편하고 정치적 지역주의의 전선을 단일화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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