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우리가 이렇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구하는 것입니다."
"불교에 귀의한 것이 현실도피가 아닙니까?"
―"우리가 현재에 있으므로 현실도피가 아닙니다. 현재에 미련을 갖지 말고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미련을 흘려 보내야 합니다."
"저는 조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개미를 보면 일을 능률적으로 하는 그룹과 비능률적으로 하는 그룹, 아예 놀기만 하는 그룹이 있는데도 조화롭게 살아갑니다. 인간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은 컴퓨터로 사유하는 스님입니다."
"스님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작을 모르는데 끝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현재만 있으니 현실에 충실하면 됩니다."
"그럼 스님께서 두려워 하시는 건 무엇입니까."
―"미국 공화당입니다. (웃음) 두려움은 습관이지요. 두려움이 마음을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널리 알려진 미국인 선승 현각 스님(40)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2)와 만났다.
두 사람은 22일(현지시각) 베르베르의 파리 자택에서 만나 불교, 동양문화, 인간의 삶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담은 베르베르가 평소 불교 등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가 주선해 이뤄졌다. 베르베르는 대담 후 현각 스님의 현실 인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앞서 14일 프랑스 공영 2TV 방송의 프로그램인 '부처의 음성'(Voix Bouddhistes)에 출연한 뒤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21일에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한국불교의 특징, 불교란 무엇인가, 한국 선불교의 전통'을 주제로 강연했다. 불교 신자가 60만 명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불교 국가인 프랑스에 한국 불교의 특징과 한국 선(禪) 불교의 전통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에 이어 영국을 방문, BBC 방송에 출연하고 옥스퍼드대 등의 강연을 통해 한국 불교 알리기에 나선다.
미국 뉴저지주 출신인 현각 스님은 예일대에서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수학했으며 현재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 원장을 맡고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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