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23일 5차 변론에서 "보류됐던 증인신문은 기각한다"고 고지한 뒤 "4월27일 재판에서 양측의 최종 주장(최후 변론)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는 헌재가 사실 심리는 마무리 짓고 판단만 남겨놓았다는 '심리 마무리' 선언인 셈이다.헌재가 노 대통령의 직접신문 등 추가 증인신문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예상보다 가까운 시점에 결심키로 함에 따라 최종 탄핵심판 결정 시기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27일 결심 변론이 끝나면 9명의 재판관들은 몇 차례 평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중순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헌재의 최종 판단은 결정문에서 드러나겠지만, 주요 증인·증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이날 결정을 통해 그 내용을 미리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헌재는 '필요할 경우 추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전제로 일부 증인·증거 신청에 대해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보류했던 증인 신청을 기각한 것은 추가 증인 신문을 통해 새롭게 드러날 게 없다는 일반의 생각에 재판관들도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9명의 재판관들이 국회의 탄핵의결서만을 보고 나름대로 '탄핵사유가 된다'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측근들에 대한 증인신문 등은 재판관들의 당초 판단을 변경할 수 있을 만큼 큰 요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만일 탄핵사유가 타당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면, 노 대통령을 직접 소환해 본인에게 위법사실에 대한 해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탄핵기각'이 우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역으로 "선거법 위반이나 측근비리 연루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증인 출석을 거부한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에 대해 헌재 사상 처음으로 구인장까지 발부, 증인 불출석으로 심리가 길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사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심판정에서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과 신 사장으로부터 받은 3억3,000만원은 노 대통령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증언했다. 소추위원측이 "문 회장이 여씨가 아닌 노 대통령에 3,000만원을 줬다"는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여씨는 억울한 상황"이라고 주장하자, 여씨는 "내가 받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억울하지 않다"고 맞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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