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의 결과에 대한 반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와 이데올로기적 분열의 극복을 지적하였다. 이번 총선은 돈이 거의 들지 않았고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긴 했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좌우의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이용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그래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그리고 민노당까지 한결같이 상생의 정치, 새정치, 그리고 민생안정을 앞으로의 과제로 내세웠다. 다시 말하자면 향후 지역주의와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극복함으로써 경제를 챙기고 궁극적으로는 국민화합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국민적 화합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정치인들은 오랜 동안 국민적 화합을 정치적 구호로만 내세우거나 생색을 내기 위한 도구로 교묘히 사용하였다.
소위 정치판에 뛰어들면 누구나 다 비슷하게 되는 것이 정치가 가진 생리인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는 국민적 화합이란 간판 이면의 지역주의와 이데올로기적 분열에 오랫동안 의존해왔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러한 정치적 풍토가 청산되어야 하며 진정한 국민적 화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국민적 화합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지 화합을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 솔직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공적인 결정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즉, 문제를 일방적인 편견과 주장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며 상호 불신과 오해만을 불러일으켜 궁극적으로는 양극단화 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민주적인 방식의 해결보다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해결방식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이 상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배려 없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경향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 언론매체도 한 몫을 해왔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할 언론이 오히려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드는 데 기여한 셈이 되었다.
언론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쟁점들을 하나씩 극복하고 화합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모든 국민들을 포괄할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모든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총선을 계기로 우리 국민은 서로 반목하고 양극화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조금씩 서로간의 접점을 향해 움직여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언론이 주도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이 위력을 떨치고 있으나 인터넷의 경우에는 아직은 주로 젊은 층에서 편향적으로 이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즉, 언론이 변화의 중개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위한 매체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방송의 경우 젊음에 대한 예찬, 시청률, 그리고 빠른 판단을 강조하는 매체적 속성 때문에 모든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거나 깊이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언론은 국민적 화합을 이루기 위한 역할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에 대해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