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강우방 지음·월간미술 발행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을 보았다. '참 잘 찍은 사진이구나' 생각했다. 이번에는 내용들을 뒤적이며 보기 시작하였다. '우리 미술의 영원한 원형, 빗살무늬토기' '진리의 빛과 형상화, 불상 광배' '용은 척목(尺木)이 없으면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 용면와' '글씨, 그림 그리고 인품, 김홍도의 작품세계' '고려미술의 꽃 부도(浮屠)' '장엄한 깨달음의 자리, 성도절에 석굴암에서' 등을 읽다 보니 어느새 독파했다.
지금까지는 양식이나 내면의 힘보다는 외면이나 민예적인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기에 한두 작품을 읽고 나면 그게 그것인 것처럼 생각되기 일쑤였고, 누구에게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었다.
정말 우리 미술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한 것처럼, 선의 미술이고 민예적인 아름다움 밖에 없는 것인가? 불국사나 석굴암을 볼 때마다 이와는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 해답을 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경주 안압지 출토 '녹유귀면와'라고 부르는 와당의 무늬가 귀신의 얼굴이 아니고 용의 얼굴임을 논증하여 '용면와'라고 해석한 것, 빗살무늬의 전개과정을 통해 덩굴무늬(당초문)의 창안과정을 밝힌 것, 석굴암 본존의 크기와 향방(向方)과 수인(手印)이 싯다르타 태자가 보드가야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이룬 바로 그 자리에 인도인이 만들어 안치한 성도상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서 확인한 것, 불상의 광배를 장식하는 무늬가 불꽃무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발산하는 기의 표현이라는 해석은 우리 미술에 대하여 우리의 눈을 다시 뜨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외국 사람이 한국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은데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저자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전에서 익힌 그의 미술이해 방법은 예술품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데 길잡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저자가 미술사학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지식은 아름다움을 내가 직접 순수하게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으므로 책을 덮고 작품만을 조사했다"는 저자의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었다. 오늘도 쉼 없이 예술품을 관찰하고 사유하는 일에 골몰하는 저자의 자세를 볼 때 한국미술사학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변선웅·태학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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