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 특소세를 20% 인하한 지 한 달만에 자동차 구매시 매입해야 하는 도시철도채권액을 올리겠다고 발표,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 부담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살 때 보다 소형 SUV를 구입할 경우에 더 커,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등 전철이 있는 도시 거주자들이 SUV 등 지프형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도시철도채권 구매 비율을 일반 승용차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안'을 23일 입법 예고했다. 건교부는 이 개정안을 6월 말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SUV는 지금까지 영업용이나 전시 동원대상 차량으로 인정 받아 신규 등록시 39만원 가량의 도시철도채권만 사면 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근 SUV가 사실상 고급 승용차로 사용되고 있어 승용차와 똑 같은 기준을 적용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건교부의 방침은 지난달 특소세를 인하한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여서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달엔 차 값을 깎아주겠다며 차 구매를 유인한 정부가 한 달도 안돼 자동차 구매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발표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차량이 실제로는 현대차의 투싼과 쌍용차의 코란도 등 소형 SUV 2종에 불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도 업계의 불만이다. 도시철도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철도 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대상에서 7인승 이상인 자동차는 제외된다. 결국 7인승 미만의 소형 SUV를 구입하는 경우만 채권액이 올라 간다. 7인승 이상인 싼타페, 쏘렌토, 테라칸, 렉스턴, 무쏘 등의 대형 SUV는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아 39만원의 채권만 구입하면 된다. 이 경우 채권을 다시 할인해 팔면 실질 부담은 7만8,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투싼 구매시 채권 할인 실질 부담은 MX고급형(2.0)이 16만7,000원에서 40만1,000원으로 오르고 코란도(TX-5)는 14만6,000원에서 58만3,000원으로 무려 43만7,000원이나 올라간다. 6월말 출시되는 기아차의 새 SUV인 KM(프로젝트명)도 개정법의 적용을 받아 출발부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고유가로 자동차 구매 심리가 얼어 붙었는데 도시철도채권 시행령 개정안이 자동차 구매 심리를 더 위축시키지 않을 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부처간 협의나 조정을 거쳐 일관된 정책 방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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