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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삶 기아팬 이민씨 내일 "마지막 소원"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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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삶 기아팬 이민씨 내일 "마지막 소원" 시구

입력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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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서도 타이거즈를 응원할 겁니다."25일 오후2시 2004프로야구 SK―기아전이 열리는 광주구장에서 한 사내의 진짜 야구사랑을 보게 된다.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위로 모자를 눌러쓴 초췌한 모습. 등번호도 없는 유니폼을 입을 이민(47·강서구 화곡동)씨는 간암말기 환자로 타이거즈의 영원한 팬이다. 그가 SK 1번 타자 조원우에게 던질 단 한번의 시구엔 빠른 속도도, 현란한 변화도 없지만 마지막 삶의 소망과 야구사랑이 담겨있다. 이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타이거즈를 응원한 이씨의 야구사랑과 딱한 사연을 접한 기아 구단이 그의 소원인 시구행사를 마련했기 때문.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상경, 평생 공장을 전전하며 결혼도 못한 그에게 기아(전 해태)타이거즈는 힘든 삶을 버티게 해준 피붙이고 아내였다. 86∼89년 해태가 4년 연속 우승을 할 땐 타이거즈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한달음에 달려갔다.

올 1월 병원에서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평생의 즐거움인 야구를 끊을 순 없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종범의 경기를 TV로나마 지켜보며 응원을 계속하고 있다. 시구행사에서 입게 될 유니폼엔 이름만 달고 등번호는 마다했다. "종범이처럼 7번을 달고 싶지만 불치병에 걸린 내가 그 번호 달았다가 혹시 종범이에게 징크스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시구가 결정되고도 상태가 위독해져 자칫 행사가 취소될 뻔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못 던지면 죽어도 한이 될 것 같아요.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꼭 현장에서 보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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