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회담이 내달 초 성사될 것 같다. 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철회를 대표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전제조건을 스스로 풀었다. 정 의장은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해결은 시효가 지나 무의미해졌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절차가 진행 중인 탄핵을 정치적으로 풀자는 것은 무리한 정치 공세였다. 정 의장의 입장선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박 대표는 "민생과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담이라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회담 제의를 수락했다.정치권이 4·15 총선민의를 싸우지 않는 상생의 정치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만나지조차 못한 것은 무척 잘못된 일이었다. 총선이 끝난 지 8일이 지나서야 대표회담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만나겠다는 공감대가 확인된 이상 ,빠른 정지작업을 거쳐 탄핵을 제외한 모든 문제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되는 생산적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권한정지 상태에 있고, 16대 국회도 사실상 임기가 끝나 식물상태에 있는 상황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반영한답시고 각 당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민생현장을 따로 찾는 것 등은 바람직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여야가 힘을 합쳐 국민불안 해소책을 모색하고, 어렵기 짝이 없는 민생문제 해결책을 공동으로 제시하는 게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각 당은 17대 국회를 환골탈태시켜 국민에 다가가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고 있다. 대표회담은 새로운 정치실험의 첫 시험대가 된다. 전후세대의 두 젊은 리더가 만나 제시할 한국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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