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 등록을 위해 국회를 찾았던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23일 처음으로 체험한 국회 관행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비례대표 1번인 심상정(여) 당선자는 재산등록 서류와 각종 특권에 대한 안내문 등을 담은 의원용 서류 가방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검정색의 무거운 가방을 어떻게 들고 다닐까 걱정했더니 사무처 직원이 대뜸 보좌관이 들고 다니면 된다고 했다"면서 "보좌관이 가방 들어주는 사람도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에서 옷을 맞춰도 남성 크기에만 맞춰서 여성들은 무시당하는데 국회 가방도 똑같다"며 "국회의 남성 중심성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라고 꼬집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박순천 전 의원은 국회에 여성용 화장실이 없어 방광염에 걸렸다던데 아직 멀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단병호 당선자는 "국회 정문에서 의경이 우리 일행을 잡길래 당선자들이라고 했는데도 복장 때문인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짓더라"면서 황당해 했다. 단 당선자는 전날 트레이드 마크인 점퍼 차림으로, 현애자 당선자는 개량 한복 차림으로 국회에 갔다.
붉은 카펫이 깔린 의사당 본청 의원 전용 출입구를 두고도 당선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심 당선자가 "카펫은 의식하지도 못 하고 옆문으로 들어갔다"고 말하자 현애자 당선자도 "수행 비서가 옆문으로 들어가기에 고민하다 나도 그리로 갔다"고 말했다.
심 당선자는 이어 "의원 등록실에 들어서니 사무처 직원들이 다 일어서던데 원래 의원들이 그렇게 권위적이냐"며 쓴 입맛을 다셨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권영길 대표는 "국회 개혁에 우리가 시동을 걸었으니 더 빨리 되도록 하자"며 전의를 북돋웠다.
/범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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