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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중국 No. 1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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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중국 No. 1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력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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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No. 1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안젠쥔 등 지음·이수진 옮김·수희재 발행·2만8,900원

여직원 왕쥔은 19세부터 3년 동안 냉장고 공장에서 일했다.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그녀는 "내 직장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장례행렬을 공장 앞에 잠시 머물게 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고 실화다. 이 회사는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 최대 기업인 하이얼(海爾)이고, 장루이민(張瑞敏) 총재가 이 회사를 어떻게 오늘날처럼 키웠는가를 다룬 것이 이 책이다.

1984년 장루이민이 취임할 당시 하이얼(칭다오 냉장고 총공장)은 147만 위안의 적자에 직원들이 공장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보고, 공장 비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최악의 기업이었다. 이런 회사를 중국내 민영기업 중 매출액 1위,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전체 가전 분야에서 세계 5위로 바꾸어 놓은 사람이 장루이민이다. 하이얼은 20세기 중국에서 일어난 하나의 기적이고, 그래서 중국에서는 장루이민을 '경영 대사(大師)'라고 부른다.

하이얼은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 대상에 정식으로 선정된 최초의 중국 기업이며, 장 총재는 98년 중국 기업가로는 최초로 하버드대 강단에 섰다.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99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세계 30대 기업인, 2003년 포춘의 세계 저명기업가 25명에 선정된 데 이어, 2004년에는 비즈니스 위크의 세계 경제에 가장 영향력 있는 8명에 이건희 삼성 회장과 함께 뽑혔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하이얼의 경영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보통 8가지를 꼽는데, 특이한 것이 전혀 없다. 안 하면 몰라도 한다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 내일 목표는 오늘보다 높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인재다, 먼저 시장을 확보한 후 이익을 모색하라는 것 등이다. 어느 기업에나 있을 법한 것들이다. 비법은 이 같은 원칙과 전략을 잘 맞물려 돌아가게 했다는데 있다.

하이얼은 서양의 선진경영 경험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서양을 그대로 모방하기 보다는 서양의 경험을 중국인의 개혁 의지, 중국의 전통문화와 결합시켜 중국 실정에 맞는 경영모델을 창출했다. 이를 장 총재는 '관념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하버드대가 하이얼에 대해 가장 흥미를 갖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비법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3공(공평, 공정, 공개) 원칙에 입각한 인재 선발이 기본이다.

여기에 '고객은 언제나 옳다' 는 정신이 가세했다. 농민들이 고구마를 세탁기를 이용해 씻는다는 것을 알고 '고구마 세탁기'를 개발한 것이나, 고객이 원한다면 세모난 세탁기도 주문 받아 만든다는 자세가 발전을 가속화했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주위의 충고에 장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한다)'가 아니라 '거위사진(居危思進·위험에 처했을 때도 전진할 방법을 생각한다)'의 가르침을 따른다. 우리에게 '안(安)'이라는 개념은 없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을 통해 중국 경제의 역동성과 진취성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도움을 준다. 6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국제적 감각을 갖춘 언론인 출신인 저자들의 안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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