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열차 폭발사건을 만 하룻동안 비밀에 부쳤던 북한은 23일 오후 유엔과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등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안 베르티움 세계식량계획(WFP) 제네바 연락관은 이날 "북한이 유엔의 원조 제안을 수용함에 따라 24일 평양주재 WFP 대표가 사고현장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제적십자사도 북한의 요청을 받고 이날 중국을 통해 용천으로 들어갔다.러시아 NTV는 폭발로 생긴 재가 15㎞ 정도 떨어진 압록강 유역의 중국 국경지역까지 날아갈 정도로 폭발강도가 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한이 사고 직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덧붙였다.
사상자 수에 대해 베이징(北京) 주재 국제적십자는 "현재 사망 54명, 부상 1,249명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북한 적십자사측은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측은 또 "1,800여 채의 집이 파괴되고 6,000여 채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의 보도통제로 사상자 수는 증폭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단둥(丹東)시에서는 사망자가 2,000∼3,000명, 부상자가 최고 8,000명에 이르며 이 중에는 용천역 주변 공장건설에 동원된 군병력 4개 중대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현장 인근의 철도병원이 무너져 군인들이 구조에 동원됐다는 제보와 함께 신의주로 후송된 부상자가 700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있다.
북한 철도 당국자들은 그러나 "수천명이 사상했다는 외부 보도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해 피해를 축소하려는 인상을 주었다. 23일 오후까지 용천역 현장은 군 병력이 철저히 봉쇄하고 있으며,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교도(共同) 통신은 인명 피해가 북한측의 의료시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관측했다. 이 통신은 중국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단둥 시내에 있는 병원들이 부상자 응급치료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단둥시 의료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수천 명의 사상자에 대비하라는 통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단둥으로 후송된 부상자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외교부는 화교 2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와 함께 직접 현장으로 의료진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오후 중국의 구급차 2대가 의료진 7,8명을 태우고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신의주로 향하는 것이 목격됐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외교부가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해 아주국과 영사국,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긴급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사고로 화교 등 중국인 2명이 죽고 12명이 다쳤으며 이들의 소유 주택 20여 채가 부서졌다고 보도했다. 부서진 주택 가운데 3채는 폭격을 받은 것처럼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용천군의 친지가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중국인들은 의약품 등을 준비해 북한으로 떠나기도 했다.
폭발사고에도 불구, 북한과 중국을 왕래하는 여객열차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단둥시의 한 재중동포 사업가가 밝혔다. 그는 "사고가 난 22일 오후 북한에서 열차가 나와 수화물을 접수했고, 23일 오전에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열차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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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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