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체의 일기알리체 스투리알레 글. 이현경 옮김. 비룡소
● 휠체어를 타는 친구
졸프리드 뤽 글. 김라합 옮김. 보리
장애를 소재로 한 책의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장애아에 관심이 없던 아이가 우연한 기회에 도와주다가 친구가 돼 장애아를 따돌리는 다른 아이와 갈등을 겪다가 해결한다든가, 장애아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반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장애아는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으니, 이제 좀 다른 이야기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알리체의 일기'는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병으로 늘 허리를 고정하는 플라스틱 교정기를 착용하고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했던 이탈리아 소녀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그러나 선입견과는 달리 병마와 싸우는 고통의 기록이 아니라, 활발하고 밝은 소녀의 일상이 학년이 올라가며 점차 성숙해지는 생각에 담겨 있다.
겨우 12년이란 짧은 세월을 이 세상에서 보낸 소녀가 남긴 일기, 시, 짧은 이야기와 독후감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기대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서기도 힘든 알리체가 스키를 타고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극복기에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끊임없이 자기를 들여다보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가슴을 울린다.
그러나 알리체는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부족에 날카로운 비판도 한다. '장애인 축제'는 장애를 극복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이라는 자각 없이 건강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생활을 강조한다. 그것은 '휠체어를 타는 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키르스텐은 학교 건물이 휠체어를 고려하지 않고 지어졌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혼자만 특수학교에 다녀 외톨이가 된다. 그 애를 전학시키려는 친구들에게 반드시 일반학교에 다녀야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보라고 질문하자 키르스텐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다른 아이들하고 있을 때가 훨씬 편하고 좋아요. 마치 아이들이 나를 대신해서 걷고 뛰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 아이들로 해서 훨씬 많은 걸 겪어 볼 수가 있어요. 내 다리가 바퀴일 뿐,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건 건강한 아이들이랑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들의 생각을 차가운 눈으로만 봐서야 어찌 알겠는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고 마음으로 봐야 아주 잘 보이는데 순수함을 잃지 않은 어린 아이의 마음이라야 보일까, 따지고 재는 것 많은 때 묻은 마음으로는 겪은 만큼만 보일 뿐이다. 그러니 많이 읽어 간접경험의 폭이라도 넓혀야 하리라. 그리고 그들의 다름과 느림을 받아들이는 느긋함을 키워야 하리라.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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