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찾아내 정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성이 탁월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웰빙' 시대잖아요. 몸에 좋으면서 보기에도 아름다운 물건이 잘 팔리는 때이기에 여성 특유의 섬세한 아이디어는 더욱 빛을 발하죠."한국여성발명협회가 선정한 '여성발명 우수사례'에 뽑힌 이영근(56) 류 숙(53) 장미희(43) 박희경(34) 서혜민(23)씨 등 다섯 명의 여성 발명가들은 22일 '모든 여성은 잠재적 발명가'라고 입을 모았다. 주변의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가 멋진 발명품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다섯 명이 내놓은 발명품들은 하나같이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다. 뽕잎으로 만든 엿(이영근), 기름을 튀지 않게 하는 프라이팬 종이 덮개(박희경), 황토로 물들인 옷감(류 숙), 속눈썹 붙여주는 기계(장미희), 공기에 떠있는 풍선 조명(서혜민) 등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도 만만치 않아 지난해에만 류씨의 황토 염색 옷감은 3억5,000만원, 장씨의 속눈썹 기계는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업주부로 지내다 발명한 프라이팬 덮개로 지난해 약 2,700만원을 벌어들인 박씨는 "주부라면 누구나 생선 튀길 때 사방으로 튀는 기름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뚜껑을 덮으면 수증기 때문에 생선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만들어 본 것이 뜻밖에 큰 성과를 이루게 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폐건전지를 골라내는 '건전지 테스터기'를 발명한 적이 있다는 그녀는 "엄마가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보고 일곱 살 짜리 아들 녀석도 장래의 꿈이 발명가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서씨의 발명품 '공기 중에 떠 있는 조명'은 '왜 모든 조명은 어딘가 붙어 있어야 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서씨는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열을 발생시키지 않는 LED 소재를 써서 만든 풍선 모양의 조명을 발명해 졸업작품으로 출품했다. 서씨는 "입사 면접에서 발명 아이디어를 발표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아 국내 굴지의 조명회사에 무난히 취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황토 염색 옷감을 발명한 류 숙씨. 그녀는 "유태인의 속담 중 '돈을 벌려면 여자, 입, 부자를 노려라'는 것이 있다"며 "여성의 마음을 읽은 고부가가치 소모품이야말로 진정한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발명품"이라고 강조했다. 류씨는 발명품으로 판매 수익으로 장학회를 만들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이혼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많은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5월 4일 오후 2시 코엑스에서 열리는 '여성 우수상품 및 발명품 전시회'에서 발명품의 개발 과정 및 성과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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