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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보다 작게, 날씬하게" 미국 미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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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보다 작게, 날씬하게" 미국 미니 바람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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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미국에 '미니 사이즈' 바람이 불고 있다. 크고 많은 식품과 상품을 선호하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작고 앙증맞은 것들에 손길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식품업계의 다운사이징

이제 뚱뚱한 미국인이 맥도널드 식당에서 7 온스 짜리 프렌치 프라이와 42 온스 짜리 음료수를 먹고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 푸드 업체인 맥도널드사는 지난달 610 칼로리에 29 그램의 지방, 그리고 77 그램의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는 슈퍼 사이즈 프라이의 시판 중단을 발표했다. 또 35 온스 컵 초대형 청량음료나 14 온스 짜리 과일 요거트 등의 메뉴도 일부 체인에서는 이미 없어지거나 올해 안으로 없어질 예정이다.

음식 다운사이징은 초대형 푸드 체인점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올해 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LA(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장과 피트버그 PNC 팍 등 4개 야구장에서는 초대형 버거 대신 야구배트 손잡이 끝 꼭지 사이즈 만한 '비티 버거'를 3개씩 묶어 7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 버거 공급사인 레비 레스토랑은 미니 핫 도그와 미니 샐러드, 미니 샌드위치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음료업체도 속속 '미니 캔' '미니 사이즈 병' 드링크를 내놓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 사는 지난해부터 기본 12 온스보다 한층 가늘어진 8.5 온스 캔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또 과자회사인 크래프트사는 '오레오' 한 팩에 6개의 쿠키를 담았으나 앞으로는 4개의 쿠키로 줄인다.

다이어트 바람의 영향

식품업계의 다운사이징 추세는 다이어트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비 붐 세대 이후 미국의 식품 음료업계에는 '큰 것일수록 싸고 좋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여기에 기업들이 확대 지향적 매출 전략을 펴면서 더 큰 햄버거, 더 많은 양의 음료에 소비자들의 손길이 미쳤었다. 그러나 최근 패스트 푸드가 비만의 주범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인들의 체격 변화를 조사해온 '사이즈 USA'는 지난달 1994년 이래 미국인들의 평균 몸무게가 4 파운드(1.8㎏)가 증가했으며 2차 세계대전 이래 평균 미국 여성들은 6 사이즈가 커진 14 사이즈 옷을 입는다고 밝혔다.

맥도널드는 슈퍼 사이즈 프라이 시판 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메뉴를 단순하게 조정하고 고객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 선택권을 주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5월 맥도널드 다이어트 메뉴를 소재로 한 모건 스펄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size me)'출시를 앞두고 내려져 미국인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에서 스펄록 감독은 한달 동안 하루 세 끼 식사를 맥도널드 식단으로 대체한 결과 체중이 나날이 불어나고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달 사이 그의 체중은 11.3 ㎏이 늘었다. 미니 사이즈가 어린이들의 과체중을 우려하거나 반쯤 마신 드링크를 식탁에 남겨 두는 것에 질색하는 부모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몰 사이즈에 열광하는 미국 소비자

작은 것을 찾는 미국인들의 기호는 자동차와 컴퓨터 셀폰 카메라 등 전자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BMW가 생산하고 있는 신형 미니 자동차 '미니 쿠퍼'는 지난해 미국에서 목표량의 두 배가 팔렸고 전기 가솔린 혼합형인 토요다의 파이러스는 올 해 첫 두 달간 판매가 72%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플립형 셀폰은 이제 미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AT&T, 싱귤러 등 미 무선전화 회사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2년 동안 가입 계약을 맺을 경우 소형 셀폰을 무료나 싼 값에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또 소니사가 출시하는 소형 노트북 바이오 시리즈는 미국 컴퓨터 판매 순위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 컨설팅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큰 것과 지나치게 많은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염증이 미니 사이즈 선풍을 몰고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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