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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철만난 먹거리-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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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철만난 먹거리-꽃게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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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락 사그락.’해마다 5~6월이면 살이 꽉 차 오른 꽃게들이 이런 소리를 내며 개펄 위로 올라 온다. 이른바 꽃게 시즌이다. 음력 4월 초파일 전후의 먹거리로는 뭐니뭐니 해도 암게가 최고라고 했다. 여름 산란철을 앞두고 암게들이 알을 품는데다 살도 단단하게 들어찬다. 그래서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가 제 맛이다.

하얀 속 살을 비집고 삐죽 내민 붉은 빛깔의 알은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넘어 간다. 콩나물과 함께 찜으로 만들어 매콤하게 양념을 하든지, 아니면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든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즐겨보자.

꽃게 전문가 이채웅(59)씨가 꽃게요리 비법을 소개했다. 웨스틴조선과 롯데호텔 조리사 출신인 그는 10년전부터 성남 분당의 효자촌 먹거리 골목에서 꽃게 전문점 먹깨비촌을 운영해 오고 있다.

-게에는 대게, 참게, 꽃게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참게는 민물게이고, 대게와 꽃게는 바다 게입니다. 대게는 동해안에서 잡히지만 꽃게는 주로 서해안에서 납니다. 연평도, 태안반도 등이 주산지이지요.”

-꽃게 요리는 식당 메뉴판에서 늘 보는데 특별히 봄에 더 맛있나 보죠?

“산란철인 7, 8월에는 게를 잡을 수 없습니다. 번식을 위해 보호해 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을에 살이 오른 꽃게는 겨울에 동면을 합니다. 여름이나 겨울철에 식탁에 오르는 꽃게는 미리 잡아 냉동해 둔 것입니다.”

-그럼 냉동 게는 맛이 떨어지겠네요.

“냉동하는 데도 요령이 있어요. 꽃게는 성질이 급해 잡으면 오래 못 버티고 금방 죽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영하70도로 급냉을 시켜 기절시킨 후 다시 영하 20도로 냉동 처리를 해야 원래 맛이 보존됩니다. 90% 이상 활게 맛에 근접하는 셈이죠. 급냉시키지 않고 냉동시키거나 죽은 다음에 냉동시킨 것은 못씁니다.”

-살아있는 꽃게를 파는 것도 본적이 있는데요.

“냉동게 보다 활게가 더 맛좋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살아있는 게를 오래 두면 자기 살을 파 먹는다고 합니다. 환경이 바뀐데다 먹이 공급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몸이 축난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시장에서 가끔 보면 살아있는 게가 냉동게 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냉동게보다 살이 없기 때문입니다.”

-꽃게 요리 식당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아요.

“꽃게는 대부분 아구찜 메뉴를 내놓는 식당에서 같이 합니다. 좋은 꽃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 꽃게만 전문적으로 하기가 어려우니깐요.”

-꽃게는 어떻게 먹는게 가장 맛있나요?

“가장 좋은 건 선창가 부근의 식당에서 먹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소가 멀고 가는데 시간이 걸리니 시내의 전문 식당을 찾는 것이죠. 꽃게철에는 백숙이 가장 잘 나가고 찜이나 탕도 괜찮습니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꽃게 대표요리 4選

◎꽃게찜

꽃게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다대기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높은 불에 쪄낸다. 콩나물과 미나리는 자극적이고 매운 맛에 먹지만 게 살을 발라 먹을 때는 오히려 담백하다. 게 살 안으로는 양념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다. 콩나물에도 꽃게 향이 은은히 배어 있다. 아구찜과 조리법이나 재료는 비슷하지만 향과 맛은 전혀 다르다. 남은 양념 국물에 밥을 볶아먹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으뜸인 메뉴.

◎꽃게탕

꽃게에서 우러 나오는 은은한 향, 게살이 가진 담백함, 그리고 한 숟갈 국물을 떠서 마시면 목을 타고 내리는 시원함. 꽃게탕은 여러가지 맛의 조합이다. 더욱이 고추장 등으로 만든 다대기가 들어가는 국물은 맵기만 할 것 같지만 꽃게가 가진 미세한 단맛까지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만들어 낸다.

꽃게탕은 맵지 않게 끓이는 게 묘미다. 꽃게 삶은 국물에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만들어 내는 육수 또한 비법 중의 하나. 자세히 보면 무와 파도 들어가 있다. 큼지막하게 썰지 않고 다져서 넣었는데 다지면 맛이 더 잘 우러나기 때문이라고. 콩나물과 미더덕, 미나리, 쑥갓 등 부재료들을 건져 먹는 재미도 그만이다.

◎꽃게 스파게티

꽃게는 이탈리아 음식에서도 훌륭한 식재료로 사용된다. 바로 꽃게 스파게티. 모양만으로는 스파게티에 붉은 빛깔의 납닥한 뚜껑이 덮혀 있다. 꽃게의 등껍질이다. 스파게티에 꽃게를 함께 버무려 놓았는데 소스 맛이 특별하다. 분명 붉은 빛깔의 토마토 소스인데 매콤하다. 토마토 소스에 고추를 집어 넣은 탓이다. 뚜껑을 뒤집고 먹을까, 덮은 채 먹을까 고민하게 된다. 면이 품고 있는 따뜻한 온기가 식지 않도록 뚜껑을 덮은 채로 먹어도 될 것만 같다.

화이트 와인에 게를 한시간 반, 그리고 다시 토마토에 한시간 반 더 졸이는 것이 조리의 시작. 게가 가진 비린내나 잡냄새가 말끔히 사라지고 게 향의 깊이가 살아난다. 다음 면을 넣고 프라이팬 위에서 소스에 버무려 낸다. 면을 다 먹은 후 밑에서 드러나는 게살을 발라 먹을 때도 프라이팬의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꽃게 백숙

꽃게 시즌에 반드시 먹어봐야 될 메뉴. 은은한 향의 게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봄시즌에 가장 잘 나간다. 꽃게를 5~7분 물에 삶아 내는데 그 전에 소금간을 적당히 하는게 기술. 무와 파와 마늘 등의 부재료가 들어가는데 먹지는 않는다. 잡내를 제거하는데 쓰이는 재료들이다. 집에서 꽃게를 삶아 먹을 때는 삶은 국물에 된장을 끓여 먹어도 된다. 꽃게된장으로 탈바꿈한다.

■ 맛있는 꽃게 요리 전문점

◎명가진미 (02)703-1030 마포 먹자골목

32살의 젊은 조리사 임영규씨가 주인. 인천 수협에서 가져온 국산 꽃게만 내놓는다. 항상 주방에서 바삐 일하는 임씨는 게 요리가 맛있다는 전국의 웬만한 집은 다 다녀보고 개발한 자신만의 고유한 조리법을 사용한다. 그릇 크기별로 꽃게탕은 3만5,000~4만5,000원. 꽃게백숙과 찜은 4만5,000~6만원.

◎먹깨비촌 (02)031-703-8800 분당 효자촌 먹거리골목

30여년 조리 경력의 주인 이채웅씨가 개성식 게 요리를 선보인다. 개성 출신인 이씨의 노모 손맛을 이어 받은 이씨 아내가 조리장. 황토흙과 숯으로 걸러낸 지장수만을 사용해 모든 게요리를 만드는 것도 특징. 먹깨비는 먹는 도깨비라는 뜻. 그만큼 맛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릇 크기별로 꽃게탕, 꽃게백숙과 찜이 4만, 5만, 6만원등 세가지.

◎트라토리아 올리바 (031)708-9681 분당 요한성당 옆

시골집처럼 아담한 테라스와 정원을 갖춘 이탈리아 레스토랑. 테라스 벽에 넝쿨 잎사귀, 창틀에는 조그만 화분이 놓여져 있고 문 밖을 나서면 조그만 꽃밭이 기다린다. 일식당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주인 박진균씨가 직접 수산시장에서 좋은 재료를 사오고, 10년 요리 경력의 천진범(32)조리사가 맛을 책임진다. 게 한마리가 들어가는 꽃게스파게티 1만4,000원. 스파게티 1만2,000원부터. 마늘빵 샐러드 스파게티 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파스타세트는 1만9,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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