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열차로 다니느니 직원들에게라도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철도청이 직원에게 고속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어려운 경영사정을 감안할 때 도덕적 해이로 비춰진다는 22일 본보 보도에 대해 철도청 관계자는 이렇게 항변했다.
하지만 통학생과 통근자들의 고속철도 정기권 할인폭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경영 개선을 명분 삼아 귀를 막았던 철도청이 아니던가. 또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청소년 등에 대한 공공할인에도 인색했던 철도청이었다. 그런데 3만명의 직원들에게는 고속철도를 전면 무료화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까지 국고에서 적자를 보전 받아온 수도권 전철을 두고 철도청 내부에서조차 "직원 공짜표만 없애도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당연히 고속철도에도 해당될 것이다.
본보 기사에서 지적한 철도청 직원들의 대규모 해외연수 추진에 대해서도 철도청의 해명은 궁색하다. "공무원도 견문을 넓혀야 한다" "3박4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안 가보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로야 옳다. 그렇지만 철도청은 최근 총리실 보고에서 현재의 승객수를 감안, 올해 수송수입이 당초 목표보다 6,500여 억원이나 격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덧붙여 "인건비 동력비 등 경직성 경비가 대부분이어서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외 출장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가야 한다는 것이 철도청의 논리다.
세금으로 가는 출장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철도청의 논리는 IMF 외환위기 직후 퇴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보였던 말기적인 경영행태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윤필 사회1부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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