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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묻지마 美지지" 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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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묻지마 美지지" 거두나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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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라크 점령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 20일 재계 인사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 "미국은 미국색을 지워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라 이라크를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식으로 부흥지원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음 날 기자들이 발언의 취지를 묻자 "이라크를 재건하는 것은 이라크인밖에 없다"며 "미국도 유엔도 일본도 아니라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역설해온 고이즈미 총리가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려해 미국 추종보다는 이라크인 중시와 국제협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처음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운동 단체인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암살한 데 대해서도 "(이스라엘을 묵인하는) 미국은 그들의 입장이 있지만 나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친미파의 거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21일 강연에서 "미국인은 걸프 지역에서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며 "거기다 단세포여서 자기들의 민주주의가 가장 좋다고 믿고 강요하는 버릇이 있으니 아랍에서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만들어 아랍인들이 납득을 하게 되면 이라크도 순조롭게 갈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면 11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유대인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손을 빼고 있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겨냥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는 집권 3년을 맞은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평가에서 "부시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종합점수를 매기자면 30점"이라고 혹평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미국 추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고이즈미 총리가 요즘 "이라크는 유엔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은 21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회담에서 이라크 주권이양에 대비해 신 유엔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자위대 철수 등으로 이라크 정책을 급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방위청은 이라크 정세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530여명이 주둔 중인 사마와에 경비병력 30여명을 증파해 안전확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라크 신문 '알 사마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위대 주둔에 대한 찬성이 49%, 반대가 47%로 나오는 등 현지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미국 비판 발언은 고이즈미 정권이 지금까지의 무조건 미국 지지에서 유엔 중심의 국제협조를 미국에 충고하는 비판적 지지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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