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부터 10위까지가 보드카'라는 러시아인들의 애호품 목록 상위권에 '휴대폰'이 새로 추가될 것 같다. 이동통신 서비스 14년째인 러시아가 올해로 휴대폰 가입자 4,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2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에 비해 5년 이상 늦은 출발이지만 가입자 증가속도가 눈이 부실 정도다.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입자 증가는 1,400만명 정도. 러시아 인구가 약 1억4,0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른다지만, 낮은 국민소득과 낙후된 통신 기술, 지리적 제약을 생각하면 가히 폭발적이라는 평가다.
러시아인들의 휴대폰 사랑은 2000년께부터 시작됐다. 개방 이후 줄곧 불안했던 정치 상황이 안정을 찾으면서 신흥 재벌(Oligarch)이 이끄는 경제적 성과가 나타났고, 때맞춰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식 이동전화(GSM) 서비스가 본격화된 것이 수요 폭발의 계기가 됐다.
1999년 초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DAMPS'라는 독특한 통신방식을 고집하는 통에 이동전화 시장은 지지부진했다.
DAMPS는 우리나라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나 유럽의 GSM에 비교하면 사실상 러시아와 일부 동구권 국가에서만 쓰이는 '동네 표준'이다.
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단말기 공급이 항상 부족했고, 휴대폰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키아, 지멘스 등 대형 휴대폰 업체들이 진출을 꺼려한 탓이다.
현재는 MTS, 빔펠콤(VimpelCom), 메가폰(Megafon) 등 3대 이통업체가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그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GS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유럽과 동일한 표준을 쓰게 되면서 휴대폰 단말기 공급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도 이미 진출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휴대폰 보급율이 이미 60%에 이른 것에 비교하면 러시아 전체의 휴대폰 보급율은 17.2%에 불과하다. 지리적으로 워낙 광대한 영토 때문에 지방 곳곳에 기지국이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를 해결키 위해 통화 반경이 넓은 450㎒ 대역의 CDMA 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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