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가 울리고 큰 북 소리가 퍼진다. 스님들이 엄숙하게 공양을 올리고 섬세한 춤을 선보인다.서울 성북구 돈암동 자인사의 한동희(59) 스님과 제자들이 신라 때부터 행해진 한국 불교의 전통의식인 '육법공양(六法供養)'을 29일 오후4시, 7시30분 호암아트홀에서 선보인다.
육법공양은 향, 등, 꽃, 과일, 쌀, 차 여섯 가지를 부처님께 올리며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장수를 축원하는 의식. 무용가와 재가 불자들이 공연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스님들이 무대에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 의식은 불기 2584년 봉축 행사의 개막작으로 마련됐다. 불교계가 그만큼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스님들은 범패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검은 장삼에 붉은 가사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 모두 열 세 가지 의식을 보여준다. 경건하게 절을 하고 바라를 부딪쳐 소리를 퍼뜨리는 명발(鳴)로 시작해 팔부금강(八部禁剛), 봉청(奉請), 요잡, 법고(法鼓), 기경(起經), 걸수(乞水), 진언(眞言), 거령산(擧靈山), 육법공양, 운심게(運心偈), 원아게(願我偈), 화청(和請)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육법공양은 전체 공연의 일부분이지만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이다.
법고와 걸수도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다. 법고는 춤을 추고 북을 치면서 수행의 기쁨을 표현하는 불교 무용의 백미이며, 걸수는 가피(加被·부처님의 은총)가 들어간 물로 세상과 우주를 정화하기 위해 스님들이 어깨를 마주 대고 주문을 외우는 행위다.
무형문화재 영산재 이수자인 한동희 스님은 여섯 살에 출가, 1959년부터 40여년 간 영산재 예능보유자인 송암 스님으로부터 범패 등 불교 예술을 두루 배웠다. 이번 공연은 3년 전 입적한 스승에 대한 한동희 스님의 보은 무대이기도 하다. 한동희 스님은 95년 영산재의 모든 작법(作法·춤)을 고증하고 무대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동희 스님은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며 "관객들이 공연을 본 후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의식 간소화라는 명분에 밀려 그간 온전한 형식의 육법공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번 공연이 잃어버린 육법공양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