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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상생의 출발점은 경제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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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으로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정치구도가 탄생했다. 이번 총선은 지역간, 계층간 갈등의 골을 치유하지 못한 채 진보와 보수라고 하는 새로운 정치구도와 함께 세대간, 이념간 갈등 해결이라는 또 다른 과제만을 남겨 놓았다.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야는 모두 상생과 개혁의 정치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막연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과 개혁은 정치보다는 경제 영역일 것이다. 지역간, 계층간 갈등이 커지는 것이나 세대간, 이념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원인과 이유가 결국은 잘살아 보자는 경제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구조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경제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최근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면서 금년도 경제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작년도 성장률이 3.1%에 그친 것을 생각할 때 연초부터 수출이 잘된다고 낙관만 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수출이 잘된다고 해도 그것은 주로 자본집약적인 정보기술(IT) 제품뿐이며 이마저도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단순 가공 조립하여 수출하기 때문에 고용과 부가가치가 적어 실속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17대 국회와 참여정부는 우리 경제를 철저히 진단하여 대내외적으로 중요 과제에 대한 확고한 장단기 정책을 세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먼저 해소시켜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경제 관계를 보면 50여년간 보완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 미, 일의 동남풍 경제가 이제는 경쟁관계로 바뀌고 있다. 새롭게 시작된 한, 중, 러의 서북풍 경제마저 보완관계가 끝나 가는 조짐을 보여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 일, 중, 러 등 사방에서 부는 바람은 서로 중화되어 순풍이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역풍이 될 수도 있는 국제관계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데 석유 소비는 세계 7위이며, 수입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석유 수입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대란에 대처하지 않으면 현재 중국에서 불어오는 순풍이 태풍으로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총선 과정에서 여야는 모두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겠다고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기업인들의 기를 꺾어서는 안된다. 아직도 미결인 불법 정치자금 수사는 이제 종결시키고, 이에 연루된 기업인들도 처벌을 최소화해 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인들의 기만 살릴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노사 안정과 일자리 창출,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 조정과 성장동력 산업 발굴 등 좀더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국내의 경제구조를 소프트화(기술화·정보화·지식화)시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경제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 선출된 여야, 노와 사,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일정 기간 휴전을 선언하고 종래의 대립과 갈등구조를 잠재우고 오로지 국민생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경제바람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 후에 국민이 모두를 평가하자.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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