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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가기-'라이어' 등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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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가기-'라이어' 등 2편

입력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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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해 한국영화 흥행열풍의 주역 중 하나는 건강 명랑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였다. ‘라이어’는 그 대박 코미디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늦깎이 신예 김경형 감독의 신작이다. 무심코 던진 작은 거짓말이 예상치 못한 큰 거짓말들과 사건들로 나아가는 시추에이션 코미디이자 캐릭터 코미디.그 소동의 한 복판에 ‘양심불량’(?) 택시기사 정만철(주진모)이 자리한다. 결혼 3년차의 기혼남인 그는 그저 착하기만 한 처 양명순(서영희)에게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섹시한 미모와 부를 겸비한 오정애(송선미)와도 동거 1년째를 맞이한다. 만철의 백수 친구 노상구(공형진)를 비롯해, 헛다리 수사로 일관하는 박 형사(손현주)와, 역시 헛다리 취재로 일관하는 김 기자(임현식) 등이 그에 가세한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심심치 않게 맹목적 웃음으로 치닫곤 하는 여느 국산 코미디와는 다른 차원의, 통렬한 세태 풍자성 웃음을 목표한다는 것쯤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 영화가 남다른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다. 영화가 거창하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자 아이러니”를 탐색하려 했다 한들 단지 허풍으로만 비치진 않는다. 문제는 그 작의(作意)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되었는가 여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영국산 인기 연극 ‘런 포 유어 와이프’ (레이 쿠니 작)를 원작 삼아 영화화했겠지만, 자꾸 남의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어색함이 드는 것은 그러려니 치자. 결정적 아쉬움은 여섯 명 출연진의 인물해석이 다소 밋밋하며, 연기 앙상블에서도 최상의 수준에 이르진 못했다는 것이다. 감독의 의도했다는 스크루볼 코미디 특유의, 관객의 얼을 빼놓곤 하는 빠른 입담과 재치 등에 의한 속도감도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질 않고….

그런 유감은 일본 영화가 낳은, ‘감각의 제국’(1976년)의 거장 오시마 나기사의 작품에서도 감지된다. 2000년 각별한 관심 속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선보였으나 무관에 그치고 만 ‘고하토’에서도. 이는 1865년 쿄토의 사무라이 집단 신선조에서 전개되는, 남성들 간의 질투와 동성애 등을 묘사한 시대극이다.

감독의 명성에 큰 기대는 하지 말 걸 권한다. 그저 ‘자토이치’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기타노 다케시(히지카다 도시죠 역)나, 하리수와는 또 다른 중성적 매혹을 과시하는 미소년, 카노 소자부로 역의 마쓰다 류헤이(얼마 전 선보인 ‘연애사진’의 남자 주인공),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 등의 청춘 스타 아사노 타다노부, 그리고 재일교포 출신 감독 최양일 등 화려한 출연진을 지켜보는 것 정도로 만족하라고 권하련다.

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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