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세계경제의 지형이 바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수가 현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나면서, EU는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경제권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새롭게 'EU멤버십'을 얻게 된 국가는 체제전환 5개 동유럽국가(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발틱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그리고 유럽내 소국(小國)인 말타와 키프로스다.
미국과 대등한 거대경제권으로
10개국의 신규 가입으로 EU경제는 일단 물리적으로 넓어진다. 3억명을 조금 넘었던 인구는 4억5,350만명으로 늘어나, 미국(2억6,800만명)을 크게 앞지르게 된다. 인구의 증가는 곧 소비시장의 확대인 동시에 노동시장의 확대다. 경제규모(GDP)도 9조달러를 넘어서 미국과 대등해지며 교역량은 오히려 미국보다 10% 이상 늘어나게 된다. 향후 EU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까지 동진(東進)을 거듭, 회원국수가 30여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유럽대륙 전체가 단일경제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일본-유럽의 3대축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10년을 잃어버렸던' 일본경제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향후 세계경제는 미국과 EU로 사실상 재편되는 셈이다.
돋보이는 동구의 약진
5월 EU에 신규가입하는 국가들은 한결같이 유럽의 저개발국가들이다. 때문에 이들 국가는 EU가입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과실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가입국들은 기존 회원국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며, 서유럽 기업들은 물론 EU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해외기업 투자를 대거 유치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성장과 고용증대효과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임금이 싼 동유럽 국가에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회원국 자격을 얻으면 EU관세동맹에 자동으로 편입된다. 현 EU 평균관세율이 신규가입국 관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가입과 동시에 사실상 관세는 인하된다. 관세인하에 따른 투자와 교역증가가 예상된다.
EU집행위측은 신규가입을 통해 동유럽 국가들이 연평균 1.7∼3.2%포인트의 추가적 경제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집행위 관계자는 "EU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동유럽국가들은 2004∼2009년 연평균 2.9% 정도 성장이 예상되지만 EU가입으로 성장률은 4.6%, 최대 6.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EU가입이 늦어지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가입국들보다 성장률이 1∼2%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존 15개 회원국들의 혜택은 별로 많지 않다. 역내 회원국수가 늘어남으로써 무역규모증대, 이민증가에 따른 노동력 확보, 무역장벽제거로 인한 원가절감 및 기술혁신 등 이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성장률 제고효과는 연평균 1%포인트 미만에 그칠 것이란 게 EU집행위측 분석이다.
특히 그리스나 아일랜드 등 기존의 낙후 회원국들은 더 낙후된 동유럽 및 발틱 국가들이 대거 진입함으로써, 지금까지 누려온 재정지원 혜택을 이들에게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다.
내재된 위험요소들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EU가 단일국가 수준의 경제적 통합을 이루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대 과제는 잘사는 서유럽, 가난한 동유럽 국가간 경제적 격차다. EU집행위측은 신규 회원국들이 기존 서유럽 회원국과 대등한 경제수준에 도달하려면 국가별로 15∼4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예측기관인 EIU는 "사이프러스와 말타는 약 20년, 동구국가들은 50년이 걸려야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좀 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일부에선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스탠더드'를 받아들일 경우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한다 해도 당장 단일통화인 유로(euro)화까지 쓰는 것은 아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려면 재정수지목표, 금리, 물가, 환율 등 거시정책변수마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기존 15개 EU회원국중 통화까지 통일한 나라는 12나라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그나마 에스토니아가 유로화 사용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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