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서울 용산역 주변 윤락가 집중단속에 불만을 품은 윤락업주가 경찰서에서 분신하고 일부 업주들은 "관할 경찰서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뇌물장부"라며 관련 서류의 사본을 공개, 파문이 일고 있다.20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 윤락업주인 박모(41)씨가 찾아와 준비해온 휘발유를 온몸에 끼얹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3도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용산역 부근에서 10년 넘게 윤락업소를 운영한 박씨는 "용산서 경찰관들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신규 업자들과 결탁해 표적 단속을 벌이고 있어 항의 방문을 했지만 경찰관이 욕설을 일삼아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와 몇몇 업주들은 "영업을 위해 지난 10년간 관내 경찰관들에게 매달 평균 500여만원을 상납한 증거자료"라며 장부 사본을 공개했다. A4용지 4장의 사본에는 '부모 병원비 100만원' '해외연수 전별금 150만원' '명절떡값 50만원' '휴가비 10만원씩 3회' 등 경찰관 22명의 이름과 상납내역, 액수 등이 적혀있다. 모 경찰서 계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반원들과 함께 40만원 상당의 식사접대와 20만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돼있다. 또 한 형사는 수사 무마 대가로 180만원 짜리 양주 3명을 상납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들은 "불법영업을 하다 보니 경찰서와 음성적인 유대관계를 맺어야 했기 때문에 경찰관 가족의 생일이나 연회까지 챙겨야 했고 기차표 암표를 구입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산서 관계자는 "박씨가 최근 내사 중이던 윤락가 폭력사건의 수사 중단 대가로 금품제공을 제의해와 거절했다"며 "박씨 등 윤락업주들이 최근 경찰의 집중단속과 수사 착수에 앙심을 품고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장부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있지만 관련 의혹을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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